본교 국어국문학과가 1946년 개설이래 최초로 외국인 전임교수를 2015년 2학기에 임명했다.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어센터에서 한국어 어학연수를 마치고 10여년 만에 다시 본교로 돌아온 제프리 할러데이(Jeffery Holliday,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할러데이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과에 재학할 당시 함께 공부했던 한국인 친구들 덕분에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인 친구들과 많이 친했는데, 그들끼리의 대화 내용이 정말 궁금했어요. 호기심과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배울수록 재미있어서 계속하기로 마음먹었어요.”

할러데이 교수는 2001년, 어학연수를 위해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의 첫인상을 ‘분주한 축제 분위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입국 첫날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공부하던 미국인 친구들 몇 명과 저녁에 신촌에 갔어요. 저도 미국에서 대도시권에 살았지만 신촌의 모습은 너무 놀라웠어요. 밝은 색깔의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건물 벽을 전부 메운 데다 거리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친구에게 지금 축제를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2002년 여름, 할러데이 교수는 본교 한국어센터에서 본격적으로 어학연수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한국어센터에 미국인 학생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어로 소통할 친구들이 거의 없으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지 않게 되었죠.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일본인 친구들도 처음에 한국어로 대화하며 친해졌어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온 만큼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당연히 한국어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어센터에서 모든 학습과정을 마치고 2003년에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본래 전공하던 회계학부를 졸업하고 회계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회계사 취업을 눈앞에 두고 그는 ‘어학연수를 한 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직하면 다시는 언어를 공부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계획을 바꾸고 2004년에 다시 고려대와 건국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했어요.”

다시 돌아와 어학연수를 했던 이 기간은 그의 인생 설계를 바꿔놨다. 회계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언어학을 전공해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언어학자’가 무엇을 연구하는 지도 몰랐던 그가 언어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우연히 만난 언어학과 교수인 친구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 때 처음 ‘언어학’을 접했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특히 한국어 연구에 초점을 맞췄어요.”

할러데이 교수는 현재 ‘한국어 사회언어학’과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음운론’, ‘연구윤리와 영어학술작문’의 국문과 전공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언어 사용의 차이를 연구하는 그는, 한국어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과 한국인의 시각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말’, ‘억양’, ‘사투리’와 같은 개념들을 한국인은 특별히 구별하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독특한 점들에 의문이 생겨요.”

‘사투리’와 ‘표준어’를 규정하는 사회적 가치판단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표준어를 정하는 규정에는 지역적 우위에 있는 사람들의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다고 봤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볼 때 사투리와 표준어는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니는데,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다른 언어를 판단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져요.”

마지막으로 할러데이 교수는 본교생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그가 수업 시간에 만난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표현하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설명한 것이 이해가 되는지 물으면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것 자체를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하면 학문을 하는 데 있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강의실은 ‘서로 배우는 곳’이에요. 나 역시 학생들에게 한국어에 대한 질문을 해요. 우리는 서로 배워가는 거죠.”

 

사진│서동재 기자 a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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