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든 양교가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올해 고려대는 전국대학야구 춘계리그전 조별예선에서 3승 2패를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지만 본선 1회전에서 바로 탈락했고, ‘제70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8강에서 패배했다. ‘제8회 대한야구협회장배 전국대학야구대회’와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는 잇따라 1회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연세대 역시 올해 최고 성적이 8강에 그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두 팀 모두 학교의 명예를 되찾아야 할 상황이다. 양교의 올해 기록을 바탕으로 2015년 정기 고연전(정기전) 야구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정기전의 사나이 김주한을 주목하라

고려대의 투수진을 이끄는 것은 단연 김주한(사범대 체교12, 투수) 선수다. 김주한 선수는 새내기 시절 완투승을 비롯해 정기전 통산 21이닝 2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김주한 선수를 두 번 상대한 원광대 손동일 코치는 “대학 리그에서 A급 투수로 평가받는 김주한 선수가 연세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김주한 선수가 35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한 것이 변수다. 여기에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21이닝을 소화한 김기웅(사범대 체교12, 투수), 140km 중후반대의 속구를 던지는 윤광식(사범대 체교13, 투수) 선수가 힘을 보탠다.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 선수는 연세대의 좌타라인을 봉쇄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기용될 전망이다.

연세대에서는 김찬균(연세대 스포츠레저12, 투수), 박상원(연세대 스포츠레저13, 투수) 선수를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올해 홍익대와 성균관대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김찬균 선수는 42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해 활약이 주목된다. 박상원 선수는 위력적인 구위를 갖췄지만,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1.59에 이르고, 폭투도 9개나 기록하는 등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평이다.

 

침묵하는 타선, 주루플레이로 승부 걸어야

올해 고려대가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 큰 활약을 기대했던 송상민(사범대 체교13, 1루수), 이정윤(사범대 체교10, 좌익수) 선수 등이 부진하며 팀타율이 0.256에 그쳤다. 대신 고려대의 타선은 조유성(사범대 체교13, 지명타자), 김원욱(사범대 체교14, 우익수), 김병석(사범대 체교13, 유격수) 선수 등이 이끌고 있다. 특히 조유성 선수는 팀내 최다인 2홈런, 11타점을 포함해 타율 0.341, OPS 0.988을 기록 중이다.

고려대는 선수들의 빠른 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팀 도루 37개를 기록한 고려대는 23개에 그친 연세대보다 기동력에서 앞선다. 주장 이준형(사범대 체교12, 포수) 선수는 10번이나 도루에 성공하며 상대 배터리를 적극적으로 흔들고 있다. 빠른 주자가 출루하면 투수가 도루를 의식해 제구력이 흔들릴 확률이 높고, 속구 위주의 볼 배합을 할 수밖에 없어 타자가 타격하기 수월하다. 따라서 발 빠른 선수들이 누상에 자주 나가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우경하 고려대 야구부 감독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한 베이스라도 더 가는 훈련을 많이 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타자가 출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고려대에 비해 타선에서 우세를 보인다. 연세대는 올해 팀 타율 0.292 OPS 0.846을 기록하며 팀 타율 0.256 OPS 0.709를 기록한 고려대보다 나은 타격을 선보였다. 대학리그에서 가장 타격이 좋다고 평가받는 김호은(연세대 체교12, 우익수) 선수는 ‘제70회 연맹회장기 전국야구선수권대회’에서 타점상과 홈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신철민 KBReport 기자는 “김호은 선수는 대학 야구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며 “실질적으로 연세대 타선을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김종덕(연세대 체교12, 포수), 김종선(연세대 스포츠레저15, 1루수), 조석환(연세대 스포츠레저13, 지명타자) 선수도 ‘한 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려대는 조금 더 신중하게 승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리드오프 이준형의 포지션 변경, ‘신의 한 수?’

정기전과 같은 단기전 승부에서는 그 무엇보다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단 한 번의 실책도 경기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작년 정기전에서도 연세대 박상원 선수가 쉬운 희생번트를 처리하다 송구 실책을 범하며 한 점을 헌납했고, 결국 그 점수는 결승점이 됐다.

고려대는 정기전을 앞두고 포지션 변경을 단행했다. 중견수를 보던 이준형 선수가 포수를 맡게 된 것이다. 우경하 감독은 “이번 포지션 변경은 팀 타선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이준형 선수가 고등학교 때 포수를 본 경험이 있어 수비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처음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이준형 선수가 어떤 플레이를 선보일지 주목된다. 수비 범위가 넓은 이준형 선수가 빠진 외야진이 규모가 큰 잠실야구장에서 어떤 수비를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내야 수비는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우세하다. 송상민(1루수)-김하민(2루수)-천재환(3루수)-김병석(유격수)으로 이뤄진 내야진은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반면, 연세대의 키스톤 콤비 강명준(연세대 스포츠레저14, 2루수)-강승훈(연세대 체교12, 유격수) 선수는 모두 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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