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야구부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선수가 있다. 바로 2년간의 방황을 마치고 돌아와 마지막 정기전을 앞둔 이정윤(사범대 체교10) 선수다. 두 번째 야구인생을 살고 있는 그의 야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장지희 기자 doby@

이정윤 선수는 1학년을 마치고 야구를 그만뒀다. 슬럼프에 빠져 방황했던 까닭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어요.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졌죠.” 그는 그렇게 야구를 그만두고 입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에게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였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만 했는데 야구를 쉬다 보니 다시 그리워졌어요. 휴가 나와서도 정기전을 관람했거든요. 동기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윤 선수의 아버지는 롯데 자이언츠 이종운 감독이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보고 자란 그가 야구선수가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운동선수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아버지가 반대했지만, 그는 결국 야구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야구인 2세의 삶은 생각보다 고달팠다. 이정윤 선수가 경남고에 재학 중일 때, 아버지는 경남고의 감독직을 맡고 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어요. 저에겐 항상 감독님이었죠. 괜한 오해를 살까봐 오히려 저를 더 엄하게 대하셨던 것 같아요.”

힘들 때마다 그가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은 외할아버지였다. 어렸을 때 외가에서 자란 이정윤 선수에게 외할아버지는 특별한 존재다. 외할아버지는 야구를 하는 손자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슬럼프가 왔는데, 하필 그때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그 이후로 경기가 잘 풀린 걸 보니 다 외할아버지의 응원 덕분인 것 같았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프로의 지명을 받았지만(2010년 2차 7라운드) 고려대행을 선택했다. “대학에 가서 제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었어요. 타격은 자신이 있었지만, 수비나 힘이 부족했거든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죠.”

최근 몇 년간 고려대 야구부는 부진한 성적을 거듭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몇 번 경기를 지다 보니 분위기가 가라앉았어요. 고려대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죠.” 이정윤 선수는 맏형으로서 팀을 위한 책임감도 잊지 않았다. “힘든 선수가 있으면 뒤에서 토닥여주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지적도 해요. 주장을 도와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의사소통도 하고 있고요. 그게 맏형의 역할인 것 같아요.”

이정윤 선수는 대학생활의 마지막 목표로 정기전 승리를 꼽았다. “정기전은 우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예요. 개인 기록보다는 무조건 팀이 이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야죠.” 마지막 정기전을 앞둔 그는 학우들에게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정기전 승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더불어 저희가 학교를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 평소에도 야구에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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