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넘어야할 것은 연세대가 아니라 일본의 대학 럭비팀이다.” 고려대 럭비부의 목표를 묻자, 김성남 고려대 럭비부 감독은 단호하게 답했다. 고려대 럭비부는 2013년부터 비정기전과 정기전에서 연세대를 압도해왔다. 그럼에도 럭비부는 고연전을 불과 11일 앞둔 8일부터 4일간 포항에서 포스코건설 럭비팀과 훈련하는 등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정기전에서도 승리의 여신 ‘엘리제(Elise)’는 고려대 럭비부를 향한 미소를 잊지 않을 것인지 양 팀의 주요 전력을 살폈다.

 

올해 치른 경기에선 모두 승리

올해 진행된 3차례 비정기 고연전 모두 고려대가 이겼다. 고려대는 코리안 럭비리그 1차 대회에서 연세대를 28-22로 꺾고 우승했다. 또한 서울시장기 럭비대회에서도 연세대를 15-13으로 누르고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득점했던 15점은 모두 류재혁(사범대 체교12, F.B) 선수의 킥에서 나왔다. 제26회 대통령기 전국 종별 럭비선수권대회에서도 고려대는 연세대를 22-18로 이겼다. 김용회 고려대 럭비부 코치는 “작년까지만 해도 스크럼이나 라인아웃 캐치 등에서 열세였기에 이를 보완하려 노력했다”며 “올해 코리안 리그에서 세트 플레이, 1대1, 전체적인 전술 등이 향상돼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고려대 럭비부는 다가오는 정기 고연전에서 지난 3경기보다 더 압도적인 승리를 원하고 있다. 럭비부 주장 임준희(사범대 체교12, Flanker) 선수는 “2~3점차로 승리했던 비정기 고연전에 만족하지 않고 압도적인 정기전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변화하는 연세대 VS 진화하는 고려대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이겼다고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정형석 KEPCO 럭비 감독은 “연세대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시스템 럭비를 주기적으로 연습하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고려대가 올해 3전 3승을 했기 때문에 연세대보다 항상 우월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고려대 럭비부는 연세대에 대비해 변화를 넘어 진화하고 있다. 고려대는 일본의 선진 럭비 기술을 체득하기 위해 8월 12일부터 16일 동안 일본 나가노현 스가다이라 고지대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고려대 럭비부와 일본 대학팀들은 번갈아 공격과 수비를 교대하며 연습했다. 또한 포지션별로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용회 코치는 “일본 와세다 대학 등 7곳의 대학팀과 함께 여러 번 훈련했고, 연습경기도 3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럭비부는 이광문 코치를 올해 임용해 선진 럭비 환경과 노하우 등을 도입했다. 김용회 코치의 3년 후배인 이광문 코치는 일본 프로리그 선수생활에서 막 은퇴하고 고려대 럭비부로 들어왔다. 김용회 코치는 “이광문 코치가 일본 선수들의 팀 분위기나 훈련 방법 등 좋은 럭비 환경을 고려대 럭비부에도 조성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럭비의 선진 기술과 훈련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며 연구하면서 고려대 럭비부에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굳건하고 체계적인 고려대

전문가들은 고려대의 강점으로 굳건한 정신력과 안정적인 시스템을 꼽았다. 우선, 고려대 럭비부는 경기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정신력을 지녔다. 강인정 감독은 “연세대는 경기흐름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순간적으로 빨리 차고 올라가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반면, 고려대는 계속해서 분위기를 살리고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측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감의 차이 때문”이라며 “이번에도 이길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훈련하는 고려대는 분위기가 좋고 의욕도 넘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고려대 럭비부의 안정적인 시스템럭비를 강점으로 봤다. 김성남 고려대 럭비 감독은 코치 시절인 2000년대 중반 고려대 럭비부에 ‘시스템럭비’를 처음 도입했다. 이어 감독으로 부임한 그는 시스템럭비를 단계적으로 완성시켜 나갔다. 강인정 럭비 감독은 “고려대는 패턴(pattern), 옵션(option) 등 과학적인 시스템에 대한 연습을 5년 이상을 했기에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이 됐다”고 말했다.

 

킥 성공률과 백스(Backs)가 승패 가른다

전문가들은 킥 성공률과 백스(Backs)들의 기량 발휘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스는 후방을 수비하고 공격 찬스에 돌파하는 포지션이다. 강인정 포스코건설 럭비 감독은 “고려대가 서울시장기 럭비 대회에서 류재혁 선수의 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처럼 이번 정기전에서도 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석 감독은 “고려대는 정연식(사범대 체교12, W.T.B) 선수, 연세대는 장용흥(연세대13, F.B) 선수 등 백스들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번 백스들이 “양측 센터들의 파워풀한 공격을 받아내면서 사이드 쪽으로 어떻게 찬스를 만들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킥과 백스에서 현재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우세하다고 전문가들은 평했다. 강인정 감독은 “고려대는 트라이(Try, 5점) 성공 후에 주어지는 컨버젼 킥(Conversion Kick, 2점)을 시도할 때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의 키커 방성윤(연세대14, S.O) 선수가 기량이 어느 정도 돋보이긴 하지만, 아직 저학년이라 경험이 부족하다”며 “고려대에는 안정적인 키킹을 하는 류재혁 선수가 있어 킥에서 고려대가 앞선다”고 말했다. 정형석 감독도 “연세대에 비해서 고려대가 킥 성공률이 높다”고 동일한 분석을 내놨다. 또한 정 감독은 “전반적으로 고려대 백스들의 기량이 출중하다”며 “특히 이번 경기에서 공격력·득점력도 있고 스피드도 빠른 정연식 선수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