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고려대 럭비부 코치로 부임해 2009년부터는 감독으로서 럭비부을 대학 최강팀으로 우뚝 세워놓은 고대인이 있다. 김성남(체육교육학과 94학번) 럭비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12년 넘게 고려대 럭비부를 이끌어온 김 감독이 그간의 소회를 털어놨다.

▲ 사진제공│고려대 스포츠 매거진 SPORTS KU

- 12년 넘게 지도자로서 고려대 럭비를 이끌고 있는데

“고려대를 졸업하고 선배이자 교우로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본교 럭비부가 큰 경기에서 매번 지더라고요.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경기들을 계속 돌려보고 분석했어요. 고려대 럭비부를 승리하는 팀으로 키워내고자 코치직을 맡게 됐죠.

감독이 되서 학생들을 지도하다보니 선수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럭비부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선수에서 지도자까지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왜 지식이 필요하고 왜 공부가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았거든요. 적어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별 탈 없이 적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해요.”

 

- 지도자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2003년에 제가 코치로 처음 들어왔을 때 열린 고연전 경기에요. 당시 전문가들은 연세대가 이길 거라 예측했어요.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우리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2점차로 역전승했죠. 거리도 40m가량 되고 각도도 쉽지 않은 사이드 쪽이었는데 보란 듯이 골인했어요. 특히 페널티킥 직전에 제가 당시 키커였던 김근현(사범대 체교04, F.B) 선수에게 다가가 ‘눈, 귀, 입 다 닫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것만 봐. 마음 편하게 차면 돼’라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골인이 되니 소름이 쫙 돋았어요(19-18로 고려대 승리).”

 

- 2011년 정기전을 앞두고 삭발을 했었는데

“당시 정기전이 한 달도 안 남았을 때 주장을 포함해 선수 3명과 함께 목욕탕에 갔어요. 씻고 나오니 문득 ‘아, 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러운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욕탕 안에 있는 이발소에서 삭발을 했죠. 그런데 최민석(사범대 체교08, Lock) 선수가 절 따라 삭발을 하는 거예요. 다음 날 운동장에 가선 주장과 제가 머리를 깎았다고 다른 선수들에게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다음날 모든 선수들이 삭발을 하고 왔어요. 이 일을 계기로 우리 럭비부가 모두 한 마음으로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 승리를 염원했죠. 그리고 실제로 경기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고려대가 승리했어요. 삭발을 했다는 걸 떠나 모두가 한 마음이 되니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8-5로 고려대 승리).”

 

- 가장 예뻐했던 선수는 누구인가

“이게 제일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선수들 다 좋은데 이거 기사 나가면 얘들 질투 많이 한다고요. 다 사랑하는데. 다 애제자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거든요.

굳이 꼽는다면 박완용(사범대 체교06, S.H) 선수는 맏아들로, 최강산(사범대 체교11, Lock) 선수는 막내아들로 삼고 싶네요. 박완용 선수는 지금은 한국전력 팀에서 활동하는데, 아주 성실하고 예의바른 친구에요. 그 선수를 보며 ‘이런 아들을 낳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당시엔 제가 감독이 아닌 코치라 여러 애로사항을 많이 들어주지 못하고 감싸주지 못해 미안함도 남네요.

최강산 선수는 애교가 많아서 예쁜 친구에요. 제가 감독에 부임하고 뽑았던 최강산 선수는 힘도 좋고 실력도 좋아서 일본 프로팀에 연수를 보내기도 했죠. 그런데 이 선수가 한국에 돌아와서 약간은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이 때 제가 이 선수 집에 계속 찾아가 다시 운동해보자고 설득을 했죠. ‘나를 믿고 해봐라. 내가 삼촌으로서, 아빠로서 이끌어주겠다’고 했어요. 결국 6개월 만에 돌아오더라고요. 그 때부터 이 선수랑은 서로 ‘아빠’, ‘아들’ 했죠. 막내아들 같은 선수에요.”

 

- 매년 바뀌는 선수들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드나

“허전한 마음이 커요. 제가 4년 동안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성격, 여자친구, 가정사, 어떤 바지를 선호하는지, 티셔츠와 팬티는 주로 뭐 입고 다니는지도 다 아는데 이 친구들 졸업시켜놓으면 되게 허전하고 아쉽고 그래요. 그래서 선수들이 떠나는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 두 달 정도가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늘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려 노력하죠. 떠나는 선수들이 있으면 새로 들어오는 1학년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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