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이 50주년을 맞은 2015년, 본교에 여자축구부가 처음으로 창단됐다. 재학시절 4년 동안 모든 정기전 경기에 풀타임으로 출전해 3승 1무를 경험한 유상수(체육교육과 92학번) 감독은 다시 본교로 돌아와 첫 여자축구 감독이 됐다. 유상수 감독에게 50주년을 맞은 고연전과 새로 시작하는 여자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한국여자축구연맹 조재룡 명예기자 제공

- 고연전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3년도, 2학년 때다. FC서울 최용수(연세대 경영학과 90학번) 감독이 당시 연세대 선수로 뛰었는데, 경기 중 사이드라인 쪽에서 몸싸움을 하다 엉켜 쓰러져 서로 밟고 발길질을 했다. 당시 TV 방송국에서 고연전 경기를 중계했는데, 내가 몸싸움하는 것이 카메라에 많이 잡혔고 경기 막판에 최용수 감독의 슛을 몸을 던져 막은 것이 전파를 타 많이 이슈가 됐다.”

 

- 그 때가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다른 리그 없이 대회만 있었기 때문에 정기전 한 게임을 위해 송추에서 한 달간 합숙을 했다. 1년 중 가장 힘들 때가 정기전 합숙할 때였는데 동계훈련보다 힘들었다. 산속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했고 분위기가 항상 긴장 상태였다. 운동량도 배로 늘렸다. 하지만 합숙 후에는 몸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아졌고, 그것이 정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정기전에서 이기고 나서 며칠 동안은 안암 술집에서 선수들에게 술값을 받지 않았다. 술집 주인들은 선수가 누군지 다 알았고, 그만큼 정이 있었다.”

 

- 이번에 여자 축구단을 맡게 된 계기는

“사실 여자축구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코치직부터 시작해서 울산 현대 코치직까지 맡았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라 하니 머리가 복잡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당연히 안 갔을 것이다. 모교에 처음 여자축구가 생겼는데 자리를 잘 잡아야하니까, 우리 학교가 남의 모범이 되는 학교니까 이 자리를 맡게 됐다. 조민국(체육교육과 82학번) 선배의 영향력도 컸다.”

 

- 여자 축구에 바라는 점은

“먼저 지도자들도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여자선수들이 남자선수에 비해 힘이 조금 약할 뿐이지 축구 감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좋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여자라서 안 된다는 편견을 버리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연세대나 단국대 등 주요 수도권 대학에서 여자축구부가 생기는 것도 여자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만 좋은 선수를 뽑아서 대회 우승시키는 것은 중요치 않다. 라이벌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 좋은 대학에 여자축구부가 생기면 축구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동기부여도 생기게 되고, 여자축구가 뿌리부터 발전할 것이다.

 

- 정기 고연전이 50주년을 맞았다

“50주년은 고려대와 연세대 모두가 축하받을 일이다. 전 세계에서 라이벌 학교끼리 다섯 개 종목을 50년 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세계토픽에 날 일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도 라이벌 대학이 있지만, 그 학교들은 농구나 미식축구 등 한 두 종목이다. 언론을 통해 많이 이슈화가 되지 않아 아쉽지만, 개인적으로 고연전이 50주년이 됐다는 사실에 많은 자부심을 느낀다. 긴 시간 동안 정기전을 유지해온 학교, 선배, 교수, 학생 모두 함께 감사와 축하를 나누고 싶다”

- 선배로서 고연전을 앞둔 선수들에게 당부한다면

“경기 중 발생하는 몸싸움은 피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반칙을 당해도 심판만 쳐다보지 말고 다시 달려가서 몸싸움을 걸어야 한다. 공격수라고 수비 할 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과감하게 태클을 해야 한다. 나는 연세대에 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지만(웃음),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고려대는 지금까지의 경기에서 많이 이겨봤기 때문에 정기전 때 이기는 방법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정기전에 의미에 대해 잘 생각하고 꼭 이기길 바란다. 올해 들어온 후배들한테 정기전의 의미를 잘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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