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스포츠가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1980~1990년대 공중파 방송에서는 대표적인 대학스포츠인 고연전과 3사(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 체육대회를 중계했으며, 스포츠 일간지 1면에 정기전 소식이 게재됐다. 그러나 예전의 영광과는 달리 현재 대학스포츠는 여러 문제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지우지 못한 엘리트 스포츠의 흔적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은 학생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공부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업을 듣지 않아도 대회에 출전하거나 졸업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학생선수도 기본적인 수업권은 보장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선수는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 신분이며, 모든 학생선수가 프로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2014 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는 지원자 39명 중 21명이, 2015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는 대학 졸업예정자 270여 명 중 36명만이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다른 종목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부 종목의 경기는 평일 오전에 열려 학생선수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든다. 현재 본교 야구부가 출전한 2015년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전의 일정을 보면, 평일 오전 9시 30분, 정오, 오후 2시 30분에 모든 경기가 진행된다. 학생들이 최소 2주간은 학교 수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대학 운동부는 자체적인 수익을 내지 못해, 학교의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어 구조조정을 하거나 예산삭감의 첫 번째 표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여러 대학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운동부를 폐지하거나 예산을 삭감했다. 박정호 체육위원장은 “본교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대학의 재정이 나쁘다보니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우선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도입되고 있다. 축구, 농구, 배구 등 3개 종목이 소속된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대학스포츠운영규정’을 제정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대학스포츠운영규정 제25조는 2016년 1학기부터 학생선수는 직전 2개 학기 학점 평균이 C0 이상 되지 않으면 협의회가 승인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보장하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학기 중에는 리그제로 운영하고, 토너먼트 대회는 방학 중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학생선수들이 학기 중에 토너먼트 대회를 위해 장기간 학교를 떠나 학습권을 침해당하지 않도록 했다.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추후 야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학스포츠가 자생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려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수익모델인 입장료, 중계권 수익 등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재는 대학과 협회에서 대부분의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미국의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를 본보기로 수익창출 방안을 찾고 있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김민희 기획총괄팀장은 “여러 종목을 통합해 대학스포츠 전체의 큰 틀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스포츠에 필요한 것은 결국 관심

전문가들은 대학스포츠의 인기하락은 ‘프로 스포츠의 출범’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창국(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프로 스포츠가 생기고,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을 거치지 않게 되면서 대학의 경기력이 저하됐다”며 “학생선수도 대학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졌고 이는 학생과 동문들의 응집력을 저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프로 스포츠가 도입되면서 우수한 선수들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로 진출하면서 대학 스포츠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 스포츠에 여러 개선할 사항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관심이다. 각 스포츠 분야에선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생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고 있다. 농구, 축구는 학생들이 경기장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이에 김민희 팀장은 “명색이 대학스포츠인데 학생들의 관심이 부족해 운영 방식을 홈 앤드 어웨이로 변경했다”며 “이를 통해 교내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럭비부도 새로운 방식으로 홍보에 성공했다. 올해 5월 본교 녹지운동장에서 연세대와의 리그전에 앞서 선수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전단을 배포하면서 홍보에 나섰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아 녹지운동장의 3분의 2가 메워졌다. 박정호 체육위원장은 “앞으로 홍보를 차츰 늘려갈 테니 학생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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