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전 50주년을 축하하며

 

고연전이 저희 입학과 같이 50주년을 맞이하게 된 것을 동갑내기로서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희는 입학 50주년 기념식을 6월 5일 모교 교우회관에서 총장님을 비롯한 학교 및 교우회 관계자들과 함께 조촐히 치렀습니다만 고연전 50주년은 성대하게 축포를 쏘는 행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희 입학 오리엔테이션은 다른 학교와는 달리 응원연습이었죠. 지금은 본관 잔디밭 아래가 대리석이 깔린 중앙광장이 되었습니다만 당시에는 흙먼지 펄펄 나는 운동장이었습니다. 트랙만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었고 본관쪽 면은 길고 널찍한 계단이었는데, 이곳이 신입생 1300여명의 오리엔테이션 장소였습니다. 응원단장은 화려한 복장과 멋진 율동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그야말로 인기 짱이었습니다. 뽀빠이 이상용 선배는 작은 체구에 다부진 몸매를 가진 카리스마가 넘치는 응원단장이었죠. 그 후 고려대나 연세대의 응원단장 출신은 방송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응원연습 도중에 김상희 선배(법학 61학번)가 깜짝 출연하여 ‘대머리 총각’으로 흥을 돋아주신 일도 있었습니다. 고연전 단체응원이야말로 애교심을 함양하고 명문 사학에 다니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저는 중고등학교 시절 아침 조회에서 애국가를 부를 때 음정과 박자도 못 맞추는 음치였지만 4년간 응원가로 단련되어 사회생활하면서 회식 후 2차로 노래방에 가서는 제법 실력 발휘하는 축에 들었습니다.

고려대에서는 고대를 앞세워 고연전이라 부르고 연세대는 연고전이라고 부르죠. 그 해 주최하는 학교의 이름을 뒤에 부르기로 합의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학교나 학생 모두 라이벌 의식이 강해 말로는 친선게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승패의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였지요.

고연전 이틀간 경기장에서는 응원에 열중해 시합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우리 쪽에서 점수가 나면 그제야 열광의 도가니에 빠지게 됩니다. 응원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고나 할까.

시합이 끝나면 스크럼을 짜고 무교동 낙지골목이나 청진동 해장국 골목으로 진군하여 '부어라 마셔라, 막걸리‘ 외쳐대며 뒤풀이를 하고 있으면 퇴근하는 선배들이 모여들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며 청춘을 불사르죠. 술 값 걱정은 없으니 술이 더 잘 넘어갑니다. 그 소란과 망동(?)을 지켜보고도 ’허허, 좋은 시절이야‘라며 흐뭇한 표정으로 지나가셨던 시민들께 이제야 감사드립니다.

 

65학번 동기회장

유 재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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