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달력 9월과 10월을 아무리 훑어봐도 고연전으로 잡힌 날짜를 찾을 수 없다. 올해가 정기고연전 50주년을 맞는 해라는데 이렇게 조용하고 관심 없는 것이 야속하고 서운하다.

돌이켜 보면, 나는 1968년 대학 1학년 때 첫 번째 고연전을 치른 후 1975년까지 학부생, 대학원생과 조교로 학교에 있는 관계로 매년 고연전에 참여했다. 이후 1982년부터 정년퇴직하기 전인 작년 까지는 모교 교수로서 고연전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가 정기 고연전 50주년이지만 1971년 대학 4학년 때와 이듬해인 대학원 1학년 때는 군대가 학교를 점령하는 바람에 고연전이 열리지 못한 쓰라린 기억이 생생하다. 또 1983년 학원 사태라 표현되는 일로 고연전이 무산될 때는 교수로서, 1996년에는 한총련의 연세대 방화 사건으로 고연전이 중단되었는데 이때는 학생처장으로 직접 아쉽고 쓰라린 경험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고연전은 첫째, 우리 모두가 진짜 하나의 고대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용광로라는 것이다. 우리 고대인이 한마음이 되는 때는 고연전 경기 때일 것이다. 고대인 모두는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경쟁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한 마음으로 고연전경기를 응원하며, 승패에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운 고대인이 된다.

둘째는 ‘친선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다. 고대인에겐 선의의 경쟁상대가 있고 젊음과 우정을 나눌 친구가 있는 것이 행복이며, 일 년에 한번 만나 닦은 실력을 견주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정기 고연전의 장을 연다는 것은 우리 모두, 특히 젊은 학생들에게는 가슴 벅찬 일이다.

세 번째는 고대 선후배가 하나 되어 정을 나누는 기회라는 것이다. 나의 대학 시절에는 고연전 축구 경기가 끝나고 명동으로, 무교동으로 흩어지면 두둑한 지갑을 준비한 선배들과 막걸리 찬가와 함께 마시던 막걸리가 선후배의 정을 두텁게 하고 끈끈한 관계를 만들었다. 근래에 교우들이 각 학번별 또는 모임별로 안암동 참살이길 주변 주점을 통째로 예약하여 찾아오는 후배들과 마시고 노래하며 정을 나누는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요즘 들어 학교 안팎에서 고연전 무용론이나 폐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고연전이 모두가 참여하는 고연전이 아니고 일부 사람들의 축제 형식으로 진행되어, 학생과 교직원의 무관심으로 고대인의 용광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선후배가 만나는 참살이길 고연전 뒤풀이 행사는 점점 더 활성화 되어 가는 것을 보니 다행이다. 좋은 전통은 폐기 하기는 쉬워도 새로 만들기는 무척 어렵다. 고연전 행사를 기획하고 주관하시는 분들은 고연전의 중요성을 깊이 새긴 후, 고연전이 의례적으로 매년 되풀이 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모두가 하나 되는 고연전이 되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고연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필승, 압승, 전승” 이라는 구호이다. 작년에는 정기고연전 역사상 처음으로 5전 5승, ‘전승’을 했다. 올해는 정기고연전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니 연세대와의 친선도 생각하여 전승 보다는 ‘압승’ 즉 3승 1무 1패 정도로 가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고대인이여, 9월 18일(금)과 19일(토) 잠실과 목동에서 만나 정기 고연전 50년을 서로 축하하며 승리를 목청껏 외쳐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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