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소설집 <레토르트 노벨 레스토랑>을 펴낸 오휘명(경상대 경영09) 씨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ㅣ김주성 기자 peter@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 아릿한 맛, 그리운 맛 그리고 고독한 맛까지. 종류별로 차려진 요리들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점점 빨라지는 세상.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레토르트(즉석식품)처럼 간편하고, 레스토랑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단편집 <레토르트 노벨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레토르트 노벨 레스토랑>을 쓴 오휘명(경상대 경영09) 씨는 2년의 시간 동안 SNS를 통해 팔로워들과 함께 나눴던 글들을 엮어 18일 책으로 발간했다.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서 썼다는 그의 작품들이 사실,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 흔한 힐링도 없고 치유도 없다. 쓸쓸하기까지 하다. “따뜻한 글이라고 해서 위로를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힘든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외롭거나 추운 글들이 위로가 될 때도 있거든요.” 그가 건네는 적적한 위로는 요란하지 않게 상처를 보듬는다.

그의 작품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남과 여, 아이와 노인, 동물들, 심지어 건물까지. 그는 글을 쓰기 위해 일상의 사물들에 녹아들어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차를 타면 매일 보게 되는 똑같은 풍경일지라도 새로운 시선으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에요.” <레토르트 노벨 레스토랑>에 실린 40여 편의 짤막한 글들에는 ‘첫눈’에 대한 기억도 있고, ‘죽음에 관한’ 고찰도 있다. 그는 자신의 힘으로 책을 낸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단편집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출판물이었기에 자신의 손으로 수십 번의 교열 과정과 표지 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집필 과정에서 작가인 어머니와 기자였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타인의 문체를 닮는 것을 경계하며 온전히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다. “글이라는 게 배우다 보면 닮게 되고 결국 나도 모르는 사이 훔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다른 작품을 필사하지 않으려고 해요.” 애써 만든 자신의 책이 집으로 배달되기도 전에 다시 펜을 잡았다. 그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추리 소설을 장편으로 써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책을 소개하며 “소설도 간식처럼 간단하며,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짧지만 깊은 얘기를 들려주고 싶은. 수많은 작품 중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글을 통해 과장 없는 위로를 전해주고 싶은. 그는 욕심 많은 쉐프였다.

시간에 쫓겨, 사람에 쫓겨 감정의 허기가 느껴진다면 <레토르트 노벨 레스토랑>의 문을 두드려 보길 권한다. 입맛에 맞는 글 몇 편을 골라 후루룩 읽으면 어느새 추위와 외로움은 사라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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