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며 느낀 점은 단순해요.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거죠.” 안성과 낙산사 같은 국내부터 피지, 마다가스카르, 케냐, 우간다, 러시아의 칼미크 공화국 등 생소한 해외 지역까지. 국내외 이곳저곳을 누비며 ‘나누는 삶’을 살아온 김한겸(의과대 의학과) 교수의 연구실은 각종 봉사활동 자료로 가득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어 그간의 생생한 기록을 보여줄 때마다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 김한겸(의과대 의학과) 교수가 사회봉사단 때의 봉사활동 사진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 | 정다인 기자 da2n2@

 

  김한겸 교수는 의과대 학생회장을 했던 1976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학생처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사회봉사단을 창설해 피지, 우간다, 캄보디아 등을 돌며 의료봉사, 건축봉사 등을 했다. 학생들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낙산사를 방문해 나무심기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우리 문화재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지금도 심은 나무를 가꾸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죠.” 많은 봉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김 교수는 2009년 피지에 고려대 이름으로 도서관을 지었던 일이라고 답했다. “피지에 못 간 지 벌써 5년이 넘어가네요. 계획하던 활동이 많았는데 총장님이 바뀌며 무산돼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다시 한 번 들어가야죠.” 

  김한겸 교수는 검도 공인 7단으로, 의학계에서는 소문난 검객이다. 그는 지난 2012년 러시아의 칼미크 공화국으로 검도 교육 봉사를 다녀왔다. 작은 아이부터 지긋한 아저씨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수강생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김 교수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강사비를 거절하자 수강생들이 선물해줬다며 내보인 머그컵에는 그의 사진과 이름이 크게 프린팅 돼 있었다. “이런 선물은 처음 받아봤어요. 50번 정도 대련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저까지 즐거웠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곳으로 교육 봉사를 가게 된 계기 역시 그다웠다. “칼미크 공화국은 한국문화나 언어교육 봉사를 기획하며 처음 방문했어요. 그 곳에서 뜻밖에도 검도도장을 발견했고, 그 후로 호구나 죽도를 보내줬는데 그게 인연이 돼 교육봉사를 부탁받게 된 거죠.” 

  병리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전문 분야인 폐암과 더불어 극지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위한 극지의학과 미라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봉사활동가로서 그의 열정은 교수로서 갖는 연구에 대한 열정 못지않았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봉사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10월, 대한적십자사가 수여하는 적십자박애상 은장을 수상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 설명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 진행 중인 봉사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바오밥 프로젝트’라는 봉사를 진행 중이에요. 마다가스카르에 세포병리학을 전수하는 게 목적이죠. 이미 다녀왔지만 한두 번으로는 부족해요.” 바오밥 프로젝트의 포스터를 찾아 연구실 책장을 뒤적이는 김 교수의 눈빛이 생기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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