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안드로메다 은하가 보인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도 몰랐습니다. 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대학원에 와서 설마... 김군은 세미나를 가서 폭행을 당한다. 앞니까지 부러졌다. 지도교수인 L교수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세미나를 가는 날, 버스 출발시간이 40분 정도 지나도록 L교수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먼저 출발했지만 ‘조교 주제에 교수를 떼놓고 버스를 출발시켰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것이다.

 

  대학원생들의 현실과 애환을 담은 웹툰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의 1화 내용이다. 성희롱, 폭행 등 비인도적인 대우를 받는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이 웹툰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연모집과 원고작성을 담당하는 염동규(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와 그림을 담당하는 김채영(서울대 시각디자인14) 씨를 만나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와 웹툰에 담겨있는 대학원생의 생활에 대해 직접 들었다.

 

▲ 염동규(대학원·국어국문학과) 씨
▲ 김채영(서울대 시각디자인14) 씨

▲ 작년 11월 연재된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제1화 '교수의 주먹' 중 일부.
사진 | 심기문 기자 simsimi@, 본인제공,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캡쳐

 

  29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강태경, 원총)는 작년 11월부터 이 웹툰을 원총 홈페이지와 네이버 도전만화 등에서 연재 중이다. 염동규 씨는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위해 웹툰 제작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대자보로는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해 웹툰을 제작하기로 했어요.”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 너 좋아하는 공부하는데.”

  흔히 사람들은 대학원생을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힘들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할 존재’로 바라본다. 학부생인 김채영 씨도 마찬가지였다. “저도 웹툰을 제작하기 전에는 대학원생을 사치부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 웹툰 제안을 받았을 때도 굳이 고발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는데, 원고를 받고 이야기를 들으며 인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내용이 과장됐고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김채영 씨도 처음에는 원고가 사실에 비해 자극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야기들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축소된 거예요. 현실에서는 더 심각한 일들이 일어나요. 괜히 저희가 자극적으로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대학원생에 대한 다른 사회구성원의 관심도 부족하지만, 대학원생들조차 자신들의 삶에 관심이 부족하다. 작년 본교 원총 선거의 투표율은 9%에 머물렀다. 원총에 몸담고 있는 염동규 씨도 학생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다들 학생회에 관심이 없고 자기들 권리가 무엇인지도 몰라요.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 다른 문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없어요. 자신의 인생이 걸린 대학원에서는 불안을 겪을 만한 여지를 아예 없애버리죠. 웹툰을 만든 이유 중 하나도 이거예요. 웹툰과 댓글을 통해 공론장을 형성해 청년들의 문제를 계속 환기하는 것. 이런 것을 바탕으로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과 움직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매 화마다 수 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은 18일까지 8화가 연재됐으며 이번 시즌은 15화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염동규 씨와 원총은 그 동안의 내용을 단행본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단행본을 만들면 웹툰보다 좀 더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학원생의 생활을 알릴 수 있고, 대학원생 문제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보지 않을까 생각해요. 만화 밑에는 이런 대학원생들의 현실을 조장하는 고등교육법에 대한 짤막한 에세이나 자료집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염동규 씨와 원총은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을 영화로도 제작할 구상을 하고 있다. “올해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대학원생의 현실을 알리려 노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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