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려대학교 개교 11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암울한 역사적 상황에 있어서, 고종이 직접 “널리 인간성을 계발한다”는 뜻의 ‘보성(普成)’이란 이름을 하사하고 충숙공 이용익 선생이 교육구국의 신념으로 설립한 고려대학교는, 그 후 개교 50주년을 계기로 ‘교육구국’을 넘어 보편적 이념으로서의 자유·정의·진리를 표방하였고 이것이 교훈으로 정착되었습니다. “겨레의 보람이요 정성이 뭉쳐 드높이 쌓아올린 공든 탑, 자유를 위하여 물결치는 가슴이여, 정의를 위하여 굳게 잡은 신념이여.” 1955년에 제정된 본교의 교가에는 이러한 의미를 더욱 강하게 나타내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 111년의 고려대학교 역사 속에서 진정 살아있는 고대인의 신념이고 행동이었습니다.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4·18 고려대 학생의거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후 독재와 불의에 맞서 수많은 고대인들이 흘린 피와 땀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선진화된 국가로 거듭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고려대학교 역시 세계적인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문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처럼 고려대학교의 역사는 명명백백하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와 괘를 같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어둠의 고통을 감내하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어느새 나라에는 불의와 불통 그리고 탄압의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사람이 우선’인 민주주의의 이념은 가벼운 문구로 전락되고 말았고, 기득권은 희생을 통해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기는커녕, 주어진 권력을 이용하여 탄압과 왜곡을 일삼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은 없이 사는 자들과 같이 살아가려 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의 진정한 민주화와 역사적 소명을 위해 다시 한 번 고려대학교가 나서야할 때가 왔습니다. 고려대학교가 대한민국이 나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전 국민과 민족을 아울러 함께 나아가도록 그 중심에 서야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111주년 개교기념일이 고려대학교가 그 설립일부터 가지고 왔던 소중한 신념과 가치를 발현하는 소중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교 111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조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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