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의 점심모임인 '시청역의 점심시간'에서 낯선 시선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백승주 기자 100win@

바쁜 일상 속에서 점심시간을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일명 ‘런치 투어족(Lunch Tour 族)’이라 불리는 이들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거나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나머지 시간을 자기계발, 취미활동 등으로 활용한다. 2011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2%가 런치투어족으로 조사됐다.

점심시간이 런치투어족에게는 ‘식사 시간’보단, ‘자투리 시간’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들은 주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은행 업무를 보거나, 낮잠을 취한다. 이현서(아주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는 “레저욕구가 강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자기만의 온전한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취미 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2011년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된 자료에는 런치투어 방식으로 ‘독서 등 취미생활’(38.7%)이 가장 많았다. 취미 생활을 하길 원하는 직장인들이 모임을 갖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곳도 회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읽기‧쓰기‧생각하기로 직장인의 일상을 환기해주는 ‘시청역의 점심시간’에서는 올해 3월부터는 워크숍 형태로 디톡스 글쓰기, 런치타임북클럽, 낯선 시간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생활 10년 차 박나영(여·37) 씨는 “직장일에서 잠시 벗어나 새로운 이벤트에 참가하는 느낌이라 삶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시청역의 점심시간’ 홍예담 매니저는 “공동체 하면 직장 내에서 형성되기 힘든 면이 있다”며 “외부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문화생활을 즐기길 원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의 세종예술아카데미는 직장인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운영되는 강좌로는 정오의 클래식, 히든보이스, 정오의 음악회 등이 있다.

점심시간을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런치투어족도 있다. 이현서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언젠가 겪어야 할 이직을 대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며 자기 가치를 높이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모여 있는 지역의 학원에서는 직장인을 위한 런치클래스가 마련돼 있다. 고영순 파고다학원 매니저는 “여의도 같은 경우는 증권회사가 많다보니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런치클래스가 더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피곤한 직장인들을 위해 회사 주변에는 수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수면 카페가 생겨나기도 했다. CGV 영화관에서는 ‘직장인들을 위한 낮잠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CGV 여의도점 이진주 매니저는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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