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때는 부모님께 공부한다고 하고, 임실에 가서 농악을 배웠죠.”

김창순(전자및정보공학과 03학번) 씨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임실 필봉농악의 이수자다. 그가 이수한 임실 필봉농악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내려오는 풍물놀이다. 그는 농악 교육을 받고, 3년간 보존회 생활을 거쳐 이수자가 됐다. 농악에 푹 빠진 그를 만나, 21년째 함께한 농악을 물었다.

▲ 김창순(전자및정보공학과 03학번) 씨가 '설장구(장구 개인놀음)'를 선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동아리 시간에 초등학교 때 배우다 말았던 농악을 골랐어요. 그렇게 다시 3년 동안 농악에 다가갔죠.” 방학마다 전북 임실에서 2주간 교육을 받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농악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하지만 농악에 열정적으로 빠져 살던 그를, 그의 부모는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부모의 강력한 반대에도 김창순 씨의 농악에 대한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으니까 따로 말 안하고 다녀왔어요. 방학 때 토익수업을 듣거나 한자 공부를 한다고 했더니 좋아하셨죠. 저는 내려가서 장구를 열심히 치고.”

방학 내내 전수관에서 살다시피 했던 김창순 씨는 선생님들에게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는 보존회 선생님들에게 농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고 전수자가 됐다. 전수자가 된 이후 3년간 활동하면 이수자 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 “제가 작년에 만 3년차가 돼서 시험을 봤고, 올해부터 이수자가 됐어요. 이수자가 되면 문화재청에 등록돼서 관리를 받아요.”

김창순 씨는 남들과 어울리는 것이 임실 필봉농악의 주요한 재미라고 설명했다. “농악하면 일반적으로 상모 쓰고 뱅글뱅글 도는 ‘남사당놀이’가 가장 유명하죠. 그런데 필봉농악은 그런 기예를 하기보다는, 마당에서 관객들과 같이 어울리는 공연을 주로 해요. 모두 다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라, 거기에 재미를 느꼈어요.” 꽹과리가 반주를 하고 다른 치배들이 기예를 하는 여느 농악과 다르다는 것이다. “꽹과리가 가락을 내고 그것에 맞춰서 다 같이 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임실 필봉농악은 개개인보다 전체의 화합이 중요해요.”

21년간 농악과 함께 보낸 그는 농악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현재 그는 학부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게임회사에서 게임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농악이 아닌 분야의 직업을 가졌지만, 김창순 씨의 농악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회사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농악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네요.” 그는 앞으로도 농악을 계속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농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창순 씨는 “농악을 우리 삶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농악을 접하기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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