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잘못되지 않을까 지금 걱정할 필요 있나요?”

이준승(서양사학과 95학번) 씨는 11년 간 근무한 마케팅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남들의 선망과도 같은 본부장직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창업이었다. 작년 2명의 동업자와 함께 시작한 스타트업 ‘빌북’은 비싼 대학 교재를 학생들 사이의 공유를 통해 싸게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회사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그를 삼성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이준승(서양사학과 95학번) 대표가 본인이 런칭한 빌북 서비스의 홈페이지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빌북’은 ‘빌리다’와 ‘북(book)’이 결합된 단어로 서비스의 핵심인 ‘책을 빌린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쓰지 않는 교재를 빌북을 통해 다른 학생에게 팔거나 대여하면 구매비나 대여비의 일부를 받게 된다. 이준승 씨는 작년 2학기 본교에서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후 올해 1학기부터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1만 여권의 책을 확보했다. “시범운영 시기에는 수요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책을 구매하는 데 제약이 있었어요. 약 25만 건의 대여 요청이 들어왔지만, 책이 없어 다 수용하지 못했죠. 이제 DB구축이 어느 정도 끝났으니 앞으로는 보다 많은 교재를 적극적으로 사들일 계획입니다.”

현재 도서창고의 확장을 준비 중일 정도로 빠른 성장세에 있는 빌북은 공유경제의 좋은 예시로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됐다. 공유경제란 제품을 여럿이 함께 공유해서 사용하는 협력 소비경제를 말한다. 이준승 씨는 매스컴이 빌북을 바람직한 사회적 기업으로 강조한 것과 달리 공유경제는 선(善)이 아닌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사회적인 기업은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이었다. “2010년 홍콩 마케팅 회사에서 한국에 새로 세운 회사에서 퇴사 전까지 1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는 일인 만큼 빌북을 통해 다시 한 번 같은 경험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에너지와 자신감이 넘치던 이준승 씨는 자신에게도 좌절의 시간은 있었다며 가볍게 웃었다. “20대의 저는 루저(loser)였어요. 대학생활 내내 특별히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그러다 떠난 시리아 여행이 터닝 포인트가 되서 지금까지 60여 개 나라들을 돌았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가 보이더군요.”

그는 후배들에게 20대의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나 싶어요. 미래는 원래 불확실하고, 걱정은 아무것도 바꿔주지 않는데요. 스타트업의 90%는 망한다고 하지만, 지금 그걸 걱정할 필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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