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5명의 태권도 선수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이대훈 선수는 8강에서 패한 뒤 승리한 선수와 손을 잡고 함께 기뻐하며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줬다.

  리우에서 승전보와 훈훈한 이야기가 날아드는 사이, 한국에서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지난 7월 16일 열린 인천시장기 태권도대회 고등부 경기 준결승전. 14대 7로 A군이 B군에게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A군의 코치가 기권 의사를 밝혔다. 기권패 한 A군의 부모가 코치에게 따지자, 코치는 “B군의 형편이 어려워 장학금이 필요한 상황이라 양보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놨다. 결승에 오른 B군은 우승을 차지했다.

  태권도 경기의 승부조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모, 심판, 코치, 감독 모두가 하나의 카르텔을 형성해 경기를 조작하고, 모범을 보여야 할 협회는 파벌을 만들어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2013년엔 승부조작으로 피해를 본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기도 했다.

  공정한 규칙, 정당한 판정 하에서 실력을 겨루는 것은 선수들의 권리이자 그들이 흘린 땀방울에 대한 존중이다. 승부조작은 선수의 가족과 팬들에 대한 기만이고, 스포츠 발전을 좀먹는 행위다. 문제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국내 체육협회가 자정작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리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양궁협회는 본받아야 할 하나의 좋은 사례다. 양궁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10번의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봐주기 시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협회 주도 아래 모든 훈련 시스템이 정비돼 있어 파벌이 조성되지 않고 랭킹전과 훈련성적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며, 예산 내역과 개인평가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엄격한 원칙과 투명한 운영으로 얻은 것은 선수들의 탁월한 실력과 한국 양궁의 세계적 명성, 그리고 신뢰다.

  태권도 5대 정신 중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한다는 ‘예의’와 도리에 어긋난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염치’가 있다. 자라나는 선수들에게 보이는 것이 주고받는 뒷돈과 불공정한 판정, 편 가르기 같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행동이라면, 대한민국 태권도는 미래는 없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