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갈 흔적이 가득한 빈 캐비닛과 깨끗이 치워진 책상. 그 옆엔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켰을 가죽 소파가 빛바랜 채 놓여있다. 8월 30일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한 성만영(공과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익숙지 않은 풍경의 연구실을 둘러봤다. “시원섭섭해. 허허.”

▲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성만영 교수는 전기전자공학부에서 반도체공학을 가르치며 28년 간 1학기와 2학기로 이뤄진 인생을 살아왔다. 때론 F학점을 수강생 절반 이상에 주기도 해 좋은 학점을 받기 어렵기로 소문난 깐깐한 교수였다. 하지만 매 학기 강의 평가 커뮤니티엔 ‘전기전자공학부 학생이라면 꼭 들어야 하는 명강의’라며 칭찬 일색이다. 성 교수가 석탑강의상을 수차례 받은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성만영 교수는 본교 전기공학과 71학번으로, 미국 일리노이 대학 부교수등을 지내고 1989년부터 본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성만영 교수는 1교시에만 수업하는 교수였다. 오후에 급히 일이 생겼을 때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성 교수의 수업엔 휴강이 없었다. 오전 9시 수업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성 교수의 성실성이 크게 작용했다. “성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성실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지. 성실한 교육자 그리고 내 분야에서 뒤지지 않는 학자로 기억되고 싶어”

  “대학이 진정한 교육기관이 되려면 교육은 6, 연구는 4 정도가 돼야 좋지” 성만영 교수는 거침없이 교육의 중요성을 말했다. 노년의 성 교수는 최근 교수들이 외부 자문이나 연구 논문에 치중하는 모습을 따끔히 지적했다. 다른 교수들이 학생들의 학업과 인성 교육에는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도 근심했다. “같은 인재라도 그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꽃으로 피워낼 수도, 시들게 할 수도 있어. 그게 교육이 중요한 이유지. 학문만 아는 ‘쟁이’가 아니라 인품과 학문적 실력 모두를 갖춘 ‘전문가’가 되라고. 우리는 리더가 돼야 하니까.”

  성만영 교수는 퇴임 후 고향 주변 시골 마을에서 초‧중학생에게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며 희망을 보고 있다. 성 교수는 누군가 자신에게 “이젠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느리게 즐기는 삶도 살아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런 인생을 그리고 있다. “건강히 정년퇴임하는 것이 복이지. 이제 마음과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제자들과 자식들에게 짐 안 되는 삶을 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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