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0km가 넘는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의 미트에 꽂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0.4초. 투수와 타자의 승부는 1초도 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에 이뤄진다. 투수는 타자와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다양한 구종을 사용하는데, 패스트볼(fast ball, 속구), 브레이킹볼(breaking ball, 변화구), 체인지업(change-up)이 대표적이다.

  야구공에는 108개의 실밥이 꿰매져 있다. 투수는 이 실밥을 이용해 공의 방향과 회전, 속도를 조절한다. 공이 날아갈 때 공 주위에는 기류가 형성되는데, 실밥은 공기와의 마찰을 크게 해 압력 차이를 더 크게 만들고 회전 효과를 더해준다.

 

▲ 포심 패스트볼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속도로 승부하는 패스트볼
  패스트볼은 투수가 실밥의 정중앙을 잡고 수직으로 던지는 공이다. 궤도의 휘어지는 정도가 작으며 거의 직선으로 날아가 속도가 빠른 구종을 총칭한다. 기본적인 패스트볼 중 하나인 포심 패스트볼(four-seam fast ball)은 검지와 중지를 야구공의 실밥에 가로질러 걸친 채 던진다.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백스핀)이 걸리는 공은 중력과 반대 방향의 힘을 얻게 되고, 회전이 없는 공에 비해 덜 가라앉게 된다. 140km/h 후반의 빠른 구속을 자랑하는 이지원(사범대 체교13, 투수) 선수는 “패스트볼의 구속이 빨라 가장 자신 있게 던진다”고 말했다.

 

 

▲ 커브볼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 슬라이더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좌우·상하로 휘는 브레이킹볼
  브레이킹볼은 패스트볼보다 공의 속도는 느리지만 좌우 또는 상하로 휘는 공으로, 커브볼(curve ball)과 슬라이더(slide ball)가 대표적이다. 커브볼은 야구에서 유체 운동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구종이다. 유체란 액체나 기체처럼 힘을 받으면 모양이 연속적으로 변하는 물질이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갑자기 지면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볼에는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라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마그누스 효과는 물체가 회전하면서 유체 속을 지나갈 때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면서 나가는 현상이다. 회전하는 공은 주위의 공기를 끌어 모으고, 공 근처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공이 아래에서 위쪽으로 회전하는 경우, 위쪽 면 공기는 공의 표면과의 마찰에 의해 회전 방향으로 추가 속력을 얻고, 아래쪽은 마찰에 의해 속력이 느려진다. 이때 아래쪽의 압력이 위쪽보다 커지게 되는데, 마그누스 효과에 의해 공이 위쪽으로 힘을 받아 휘어져 커브볼이 된다.

  슬라이더는 패스트볼과 커브볼의 중간 형태의 구종으로 횡적 움직임을 수반한다. 중지로 실밥을 누르고 옆에 검지를 붙여 가능한 가장 빡빡한 스핀을 만들어낸다. 커브볼과 마찬가지로 패스트볼처럼 보이며 빠르게 날아가지만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 선수는 “슬라이더는 타자 등 쪽으로 던져서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바깥쪽으로 던져 멀어 보이게 할 수 있다”며 “스피드 조절도 가능해 헛스윙 유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서클 체인지업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타격 타이밍을 속이는 체인지업
  체인지업은 패스트볼과 투구 동작이 같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공이 갑자기 아래로 휘어지며 속도가 뚝 떨어지는 구종이다. 공의 속도를 줄여 타자가 타격 타이밍을 놓치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투수에게는 던지기 어려운 공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매력 있는 구종이기도 하다.

  체인지업은 패스트볼에 비해 손목에 힘이 덜 들어간다. 다른 구종은 손가락만 이용해 공을 잡아 손끝에 공이 위치하지만, 서클체인지업(circle change-up)은 엄지와 검지를 둥글게 말아 OK사인 모양으로 공을 감싼다. 이때 손목과 공의 사이가 가까워지는데, 공에 손목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아 구속이 느려지고 회전축이 비틀어진다. 송상민(사범대 체교13, 1루수) 선수는 “빠른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보인다”며 “막상 스윙을 시작하면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헛스윙을 하거나 배트 밑 부분에 맞아 범타가 나오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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