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승리를 잇는데 부담을 느낀 것일까. 2015년 정기전에서 고려대 선수들은 막판 추격에도 불구하고 3대 4로 아쉽게 패했다. 2피리어드까지 1대 4로 밀리던 고려대는 3피리어드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1골을 만회했고, 1분 뒤 1점 차로 연세대 턱 밑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종료됐다. 짜릿한 승리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선수들은 올해 정기전 승리 탈환을 위해 스케이팅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 사진 | 고대신문 DB

 

노련미가 돋보인 상반기
  올해 고려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2월 말 열린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선 광운대를 5대 4로 극적으로 역전하며 우승했고, 3월 ‘와세다 친선교류전’에서도 승리했다. ‘제62회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대학선수권대회)’에서는 연세대에 2대 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골 결정력(평균 15%)에서 연세대(평균 12.5%)에 앞섰다.

  비록 상반기 비정기 고연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얻었지만, 전체적으로 고학번 선수들의 노련미를 재확인한 계기였다. 주 공격수인 황예헌(사범대 체교13, FW), 황두현(사범대 체교13, FW) 선수는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한양대와 경기에서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줬고, 이승혁(사범대 체교13, FW), 김영훈(사범대 체교13, FW) 선수 또한 작년에 비해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기량을 뽐냈다. 특히 김영훈 선수는 상반기 공식경기에서 3득점 6어시스트를 하며 팀 내 주축 선수로 우뚝 섰다.

  수비수들도 팀 내 득점에 한몫했다. 김영준(사범대 체교13, DF), 서경준(사범대 체교14, DF), 서영준(사범대 체교14, DF) 선수가 득점과 어시스트를 골고루 기록했다. 서영준 선수는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수비수론 유일하게 5어시스트를 하며 공격형 수비수의 면모를 재차 각인시켰다. 한국독립하키리그 스켈리도 타이탄스 윤국일 코치는 “서영준은 수비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이끄는 능력이 뛰어난 리더형 플레이어”라 평했다.

 

경험 많은 골리와 패기 넘치는 1학년
  고려대의 든든한 골리인 이연승(사범대 체교14, GK)과 오가람(사범대 체교15, GK) 선수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10월 ‘제35회 유한철배 전국 대학부 아이스하키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이연승 선수는 대학선수권대회에서 한양대와 경희대를 상대로 철벽 방어를 하며 무실점 기록을 세웠다. 오가람 선수도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한양대를 상대로 95%의 방어율을 보이며 단 한 골만 허용했다. 이연승 선수는 “작년 정기전이 첫 경기였는데 많이 긴장해서 무척 아쉬웠다”며 “올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자신 있게 정기전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신입생의 패기를 보여준 공격수도 있다.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이제희(사범대 체교16, FW) 선수는 3득점 2어시스트, 신상윤(사범대 체교16, FW) 선수는 2득점, 이혁진(사범대 체교16, FW) 선수는 1득점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입생임에도 고려대 아이스하키부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슬로우 스타터(Slow Starter)의 한계 극복해야
  고려대는 올해 경기 후반에 득점을 몰아넣는 슬로우 스타터의 모습을 보였다. 올해 대학선수권대회에서 각 피리어드 별 득점현황을 살펴보면 그 모습이 더욱 뚜렷하다. 고려대는 총 24득점 중 1피리어드에 6득점을, 2·3피리어드엔 18득점을 기록했다. 고려대 아이스하키 김희우 감독은 “과거엔 고려대가 체력이 약해 초반에 강하고 후반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꾸준한 기초체력 훈련을 통해 최근 선수들이 경기 후반에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의 부진한 경기력은 고려대의 약점이다. 특히 강한 상대를 만나면 더 그렇다. 대학선수권대회 연세대와의 경기에서 고려대는 1피리어드에 선취점을 내줬다. 2, 3피리어드에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올해 광운대와 두 차례 경기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2, 3피리어드에서 점수를 몰아넣으면서 5대 4(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5대 3(대학선수권대회)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반면 연세대는 지난 대학선수권대회 모든 경기에서 1피리어드에 선취 득점하며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통적으로 수비가 안정적인 연세대는 경기 초반에 기선제압을 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구사한다. 특히 김권영(연세대 체교14, GK) 골리의 선방은 연세대 공격수들이 마음껏 스케이팅하게 만든다. 대학선수권대회에서 평균 95.1%의 높은 방어율을 보인 김권영 선수는 빠른 순간판단력이 강점이다. 공격자원도 만만치 않다. 김형겸(연세대 체교 13, FW) 선수는 대학선수권대회에서 5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상반기 포인트 상을 받았고, 전정우(연세대 체교 13, FW) 선수는 1골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 부문에서 서영준 선수와 공동 1등을 차지했다.  

 

경제적인 경기운영으로 공백을 채우다
  올해 6월 초 양팀의 에이스인 윤재현(사범대 체교13, FW) 선수와 이총재(연세대 체교13, FW) 선수가 국군체육부대 상무 아이스하키단으로 차출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임지도자 오솔길 감독은 “두 선수의 공백으로 양교 모두 전력 손실을 입었지만 선수층이 얇은 고려대가 상대적으로 더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윤재현 선수는 황두현 선수의 라인 메이트(콤비 플레이가 좋은 선수)로 올해 상반기 공식경기에서 고려대가 득점한 49점 중 9점을 합작해 고려대는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김희우 감독은 이에 개의치 않고 정기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상반기 공식경기를 하면서 우수한 1학년 공격수들을 발견했다”며 “이들이 각 라인별로 포진해 균형 잡힌 라인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아이스하키부는 올해 여름부터 선수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포지션별 개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연세대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 초반에 강한 공격을 통해 득점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득점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슬로우 스타터인 고려대가 3피리어드가 끝날 때까지 집중력을 늦추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다. 고려대 김희우 감독은 “수비를 중심으로 최대한 실점을 낮추고, 날카로운 공격을 구사하는 ‘경제적’인 경기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솔길 감독은 “라인별 수비수가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하면서 실수를 유발해 고려대의 역습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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