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잠실 체육관에서 고려대가 다시 한 번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연세대와 맞대결한다. 올해 대학농구리그 성적은 고려대가 16승, 연세대가 15승 1패로 서로를 제외하곤 적수가 없다. 하지만 최근 연세대는 고려대를 상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최근 고연전 농구 경기의 상대전적을 비교해보면 고려대는 연세대를 상대로 2011년부터 5연승 중이다. 2000년대에도 11승 5패로 역시 고려대가 우위에 있다. 올해 대학농구리그에서 연세대에 유일한 패배 안긴 팀도 고려대다.

 

▲ 사진 | 고대신문 DB

 

센터는 고려대, 가드는 연세대
  센터라인에서는 이종현(사범대 체교13, C)과 박인태(연세대 스포츠레저13, C)의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이종현은 대학 내 최고의 거물급 선수로, 올해 10월에 열릴 KBL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이 유력하다. 이종현은 득점, 리바운드, 수비, 블록(block) 등 공수에서 딱히 약점이 없다. 야투율(2점슛 70.6%, 3점슛 50%)도 정확한 편이다. 또한, 센터 포지션에 비해 스피드가 뛰어나고 과거 부족하단 평가를 받았던 활동량까지 향상됐다. 다만 자유투 성공률(55.3%, 2016 대학농구리그)이 좋지 않은 것은 그의 약점이자 팀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만약 연세대가 4쿼터 막판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다면 이종현에게 집중적으로 파울을 걸어 자유투 실패를 유도할 수도 있다.

  박인태는 지난 이종현과의 몇 차례 대결에서 리바운드, 포스트 플레이, 야투 성공률 등에서 밀리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한 선수이기에 고연전에서 자신의 약점인 2점슛 성공률(48.2%)을 보강한다면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도 있다. 맹봉주 점프볼 기자는 “박인태가 타고난 운동신경과 활동량에선 이종현에 크게 뒤지지 않지만 야투 성공률 면에서 뒤진다”고 말했다. 맹 기자는 “고연전은 박인태가 이종현을 상대로 얼마만큼 버텨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박인태가 경기당일 자신의 장점인 활동량을 많이 가지고 최대한 슛 감을 끌어올린다면 이종현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드진에서 고려대는 김낙현(사범대 체교14, G), 최성모(사범대 체교13, G), 연세대는 허훈(연세대 스포츠레저14, G)과 천기범(연세대 스포츠레저13, G)이 선발로 출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낙현은 뛰어난 스피드와 슈팅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격전개 속도를 올려주고 결정적인 찬스가 왔을 땐 어김없이 골로 연결시킨다. 또한 기본적인 디펜스 능력이 우수하고 적극적으로 리바운드에 참여하는 등 팀의 수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그의 상대인 연세대 허훈은 대학 내 최고의 가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 올해 평균 득점은 작년 대비 4점이나 오른 18득점이고 3점슛 또한 높은 성공률(46.2%)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김낙현과 같이 빠른 선수들과의 대결에선 스피드 경쟁에서 다소 밀려 선수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지난 MBC배 4강전에서 김낙현에게 35득점을 허용했다.

  고려대 포인트가드 최성모는 전반적인 팀의 경기 운영을 담당하는 선수지만 가장 큰 그의 장점은 폭발적인 득점력이다. 소위 ‘슛 감 잡은 날’엔 20득점 이상을 기본으로 기록하고 몰아넣기에도 강하다. 그렇기에 쿼터 당 득점편차가 크다. 2일에 열린 중앙대와의 경기에서도 최성모는 자신이 득점한 22점 중 11점을 4쿼터에만 기록했다. 연세대의 천기범 또한 경기운영과 공격에 특화된 선수다. 다만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어 얼마만큼 냉정함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느냐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팽팽한 양 팀의 포워드 대결

  포워드 라인에선 양 팀의 전력이 그야말로 박빙이다. 먼저 고려대의 파워포워드 강상재(사범대 체교13, F)는 공격력만 보자면 대학 내 포워드 중 단연 최고다. 키가 크면서도 플레이 자체가 유연하고 부드럽다. 포스트플레이도 우수한 데다 중장거리 슛도 정확하다. 고려대가 이종현, 강상재에게 볼을 주고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이유도 이들이 골밑에만 집중하지 않고 내외곽으로 크게 움직이며 야투 성공률도 좋기 때문이다. 이상영 한양대 농구부 감독은 “강상재는 내외곽 슛팅도 정확하지만 골밑에서의 1대 1 능력도 있어서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상재의 상대는 연세대의 ‘빅스타’인 최준용(연세대 스포츠레저13, F)이다. 최준용 역시 슛, 리바운드, 스피드, 체력이 모두 우수한 선수다. 최준용은 더 많은 공간에서 플레이하는 스몰포워드를 선호하지만, 골밑이 약한 팀의 사정상 파워포워드로 뛰고 있다. 그럼에도 파워포워드 자리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강상재와 최준용의 대결에선 당일 컨디션이 매치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스몰포워드엔 정희원(사범대 체교13, F)과 안영준(연세대 스포츠레저14, F)의 매치업이 예상된다. 정희원은 올해 3월 졸업한 문성곤(체육교육과 12학번, F)에 뒤이어 고려대의 대표적인 수비전술인 3-2 드롭존 형태의 가장 앞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다. 수비적으로 단단하고 3점슛 또한 고려대 선수 중 가장 많이 성공할 정도로 뛰어나다. 농구 용어로 정희원의 플레이스타일을 전형적인 3&D(3point와 Defence가 강한 선수를 일컫는 용어) 선수라 일컫는다. 그에 반해 안영준은 공격 쪽에 무게가 실리는 선수다. 돌파력이 좋고 정희원과 마찬가지로 3점 슛이 좋다. 하지만 수비 집중력이 부족해 수비가 스위치(매치업 상대가 바뀌었을 때)됐을 때 미스매치(선수를 놓치는)되는 경우가 많다. 스몰포워드에선 정희원이 안영준을 얼마나 틀어막고 얼마만큼 높은 3점슛 성공률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예측 어려운 식스맨들의 활약

식스맨에선 15학번 동기생으로 앞으로의 고려대를 이끌어갈 박준영(사범대 체교15. F)과 전현우(사범대 체교15, F)의 활약이 예상된다. 두 선수 모두 청소년농구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대학 입학 전까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왔다. 연세대는 김진용(연세대 스포츠레저14, C), 김경원(연세대 스포츠레저16, C)이 식스맨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맹봉주 기자는 “두 학교 모두 기존 선발라인업 5명의 팀워크 플레이가 잘 이뤄져 식스맨이 주전에 비해 플레잉 타임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골밑에 집중하는 고려대, 외곽 공격 시도하는 연세대
  고려대와 연세대는 공격 전술이 이뤄지는 지점과 패턴이 극명하게 갈린다. 고려대 공격의 시작점은 골밑이다. 패스와 포스트 능력이 좋은 이종현과 강상재를 믿고 과감히 골밑에 볼을 투입한다. 상대팀이 맨투맨(일대일 수비)으로 방어할 경우 일대일에 자신 있는 두 선수가 모두 직접 마무리를 시도한다. 만약 더블팀(2명 이상의 선수가 한 선수를 막는 것)이 들어온다면 외곽 지역에 있는 선수들 중 노마크(자신을 막는 선수가 없는) 찬스인 선수 혹은 과감히 인사이드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볼을 배급한다. 대학리그 내 고려대를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여기는 이유는 수비가 강한 것과 더불어 골밑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양형석 중앙대 농구부 감독은 “고려대는 높이를 이용한 공격이 위력적이고 조직적인 수비력까지 갖춘 강팀”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강상재 모두 골밑뿐만 아니라 외곽으로 나와 볼을 배급해주는 시야와 어시스트 능력도 있고, 미들라인에서의 야투도 좋아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 또한 최근 신뢰를 받고 있는 신예 박준영도 골밑에서 골로 연결하는 마무리 능력에 호평을 받고 있어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연세대는 가드와 포워드를 중심으로 한 공격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팀 득점의 대부분을 기록하는 허훈과 최준용이 모두 기본적으로 앞선에서 플레이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득점력이 좋은 선수들이 포워드, 가드라인에 포진하다보니 주된 공격 전술은 상대팀이 제대로 된 수비 포지션을 갖추기 전 빠른 속공을 하거나, 가드진을 중심으로 동료들의 스크린을 통한 정확도 높은 외곽 슛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개인 능력이 우수한 허훈이 과감한 돌파를 통한 공간 창출로 내, 외곽 찬스를 만들기도 한다.

 

승부처는 당일 팀 분위기와 부상 선수
  정기전은 단판으로 승부가 갈린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전력상 양 팀이 팽팽한 가운데 승부는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 팀 분위기, 기세, 부상 선수 등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고려대와 연세대 두 팀 모두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대학리그 경기에서 고려대는 무패(16승) 우승을 달성했고 연세대는 고려대로부터 안은 1패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들에게 모두 승리했다.

  이번 정기전 승부처의 가장 큰 포인트는 ‘기존의 선발라인업이 그대로 가동되느냐’다. 현재 고려대는 팀의 중심이자 에이스인 이종현과 강상재가 부상을 당한 상황이다. 이종현은 7월 오른쪽 발등에 피로골절 부상을 당했고 깁스를 한 상태로 회복 중이다. 최소 2달의 회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가 돌아오더라도 정기전에 최고의 몸상태로 경기에 뛸 가능성은 낮다. 강상재도 지난달 족저근막염과 발뒤꿈치 부상을 당해 현재 정기전에 맞춰 재활중이다. 연세대의 최준용도 지난달 우측 스트레스 골절상을 입어 회복 중이다.

  이번 정기전은 그 어느 때보다 승부예측이 어렵다. 지난 몇 년간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온 고려대지만 이번 연세대의 선발라인업 선수들이 2, 3년간 팀워크를 맞춰온 만큼 조직력 면에선 다소 앞선다는 평가다. 맹봉주 기자는 “승부 예측을 하기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최근 5년간 펼쳐진 정기전 중에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3-2 드롭존 : 3-2 지역방어의 변형 전술로서 앞 선에 3명, 로우 포스트 부근에 2명의 수비수가 위치한다. 앞 선 3명 중 가장 앞에 서는 탑 선수가 가장 넓은 수비 범위를 커버해야하는 특징을 가진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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