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처에서 시행하는 1:1 언어교환 장학금(언어교환 장학금)에서 선발과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학생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2학기부터 시행된 언어교환 장학금 프로그램은 학부 정규과정의 외국인과 한국인 재학생이 일대일로 짝을 이뤄 서로의 언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학생들은 장학금만을 노리고 참여해,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도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외국인 학생 위해 만들어져
언어교환 장학금은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정규과정 외국인 학생의 한국어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본교 차원에선 외국인 학생을 도와주는 역할로서 한국인 멘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장학금으로 외국인과 한국인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이선아 국제교류팀 과장은 “학교가 적어도 언어교환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유인책으로 장학금을 활용한 것”이라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 50명씩을 선발하며, 6주간 매주 2회, 회당 2시간의 교류를 마치면 각각 50만 원씩 지급된다. 한 학기 총 5000만 원이 언어교환 장학금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언어교환 장학금은 2016년 1학기 경쟁률이 한국인은 6:1, 외국인은 3:1로 입소문을 타며 그 경쟁률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어 잘하는 외국 학생도 참여해
#1 중국인 A 씨는 사업하는 부모를 따라 한국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덕에 한국어가 유창하다. A 씨는 언어교환이 필요하지 않지만 1:1 언어교환 프로그램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다. A 씨는 같은 과의 한국인 B 씨와 파트너가 됐다. B 씨는 A 씨의 한국어 실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실제 활동시간을 줄이고 활동내용을 허위로 제출해 장학금을 받을 것을 제안했다. 이후 A 씨와 B 씨는 매주 1시간가량 만나며 6주간의 프로그램과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장학금을 받았다.
 
언어교환 장학금 제도는 장학생의 선발과정에서 한국어 능력을 속이는 외국인 학생들을 완벽히 가려낼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처는 장학생 선발 시 언어교환 프로그램 신청서, 계획서와 성적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신청서에는 학과, 국적, 프로그램 참가 경험, 외국어 성적 등을, 계획서에는 희망언어와 학습계획을 적게 돼 있다. 국제처는 학업성적, 활동계획서, 언어별 비율, 전공 등을 기준으로 선발한다고 안내서에 명시하고 있다. 이선아 국제교류팀 과장은 “계획서에 기반을 두고 성실성을 주로 본다”며 “학업에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 학생의 학문적, 언어적 실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어서 같은 학과인지도 고려요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한국어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한국어 자격증명서 등은 필수 요구사항이 아니다. 국제처에서는 프로그램에 지원한 외국인의 국적과 입학전형만 전산에서 확인할 수 있다. A 씨와 같이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은 분별해 낼 수 없다는 의미이다. B 씨는 “A 씨의 한국어 실력을 보고 ‘언어교환을 목적으로 지원한 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언어교환이 필요하긴 했지만, 일방적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A 씨에게 미안하기도 해서 시간을 줄여 만날 것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처는 한국어 자격증을 필수 자격증으로 한다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서류 미비로 탈락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선아 과장은 “한국어 기초가 없는 학생의 경우 자격증조차 없을 가능성이 있다”며 “2014년 전기부터 외국인 학생이 입학할 때 한국어 자격증이 필수 서류가 아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사회심리를 연구하는 박선웅(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저학년 학생을 위주로 선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1:1 매칭, 자의적으로 악용 가능해
#2 한국인 C 씨와 중국인 D 씨는 같은 과 동기다. 둘은 1:1 언어교환 장학금 공지를 보고 장학금 수혜를 목적으로 지원했다. 같은 팀에 매칭 해 달라고 요청한 C 씨와 D 씨는 같이 선발되고 한 팀이 됐다. 보고서 내용은 허위로 작성하고, 제출해야 하는 인증 사진은 평소 만남에서 해결했다. C 씨와 D 씨 역시 아무런 제재 없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팀으로 지원을 허용하는 제도도 장학금 악용을 부추길 수 있다. C 씨와 D 씨처럼 친분이 있는 관계는 해당 프로그램 장학금의 언어교환 목적과 달리 장학금을 나눠 갖는 것을 목적으로 팀을 형성할 수 있어서다. 이선아 국제교류팀 과장은 “외국인 학생은 적고 한국인 학생은 많아서 매칭하기가 쉽지 않아 요구를 들어주는 편”이라며 “선발 후에는 가급적 원하는 대로 해준다”라고 말했다.
 
장학금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강성진(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1:1이라는 특성이 장학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진행상의 투명성을 위해 5명 정도가 한 팀이 된다면 서로를 견제하며 언어교환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이라 본 것이다. 강 교수는 “악용된다는 이유로 필요한 제도를 없애면 안 된다”며 “1:1이 아닌, 그룹으로 진행하면 서로 악용하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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