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9월 26일 공개된 특별대책팀의 종합대책안에서 본교는 성평등 교육의 의무화와 인권센터(센터장=서창록 교수) 및 양성평등센터(센터장=이윤정 교수) 개편 계획을 밝혔다. 대학의 근본정신인 ‘자율’과 어긋나는 성교육 의무화 조치여서 조심스러웠지만, 시대적으로 인권과 성교육이 필요한 만큼 의무화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 참여 확대와 기관의 전문화가 기대되지만, 성교육의 질적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성교육, 졸업 전 반드시 이수해야
현재 본교는 신입생에게 1학년 세미나 중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1학년을 제외한 재학생은 단과대나 양성평등센터 차원의 특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이다. 이에 1학년 세미나를 제외하고는 졸업할 때까지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승수(공과대 전기전자전파13) 씨는 “참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 보니 1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교육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본교 차원의 교칙이 없어 단과대별로 성교육 진행 정도가 상이했다. 이과대, 정경대를 비롯한 대다수의 단과대는 성교육과 관련된 교칙이 없다. 이에 반해 경영대는 한 학기에 4번 열리는 교육 프로그램 중 1회라도 참여하지 않을 시 경영대 산하 장학금, 교환학생 신청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이처럼 예방교육 의무 실시 조항이 없다 보니 학생들의 교육 참여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르면 대학은 의무적으로 연 1회 이상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특히 이 중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해 학생은 성폭력 예방교육의 필수 교육 대상자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2015 공공기관 예방 교육 실시 정보’에 의하면 본교 학생의 성폭력 예방교육 참여율은 26%에 불과하다. 노정민 양성평등센터 주임은 “원칙적으로 모든 재학생을 상대로 교육해야 하지만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교칙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의무화 조치로 2017년부터 신입생뿐만 아니라 모든 재학생이 매년 일정 횟수 이상의 성교육을 이수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본교가 법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본교의 대책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교육 참여 기회가 늘어날 수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성평등센터 전문화 기대
지금까지 양성평등센터는 직원 2명으로 운영돼 인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노정민 양성평등센터 주임은 “교육을 담당하는 직원이 2명인데 1년에 50회 이상의 교육을 주관하다 보니 운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자체 콘텐츠를 개발해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대는 인권센터가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포함한 5개의 부서로 업무가 나뉘어있다. 또한, 인권센터에 3명의 변호사와 1명의 심리상담사가 상근하며 교내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서울대 인권센터 박찬성 전문위원은 “현재 인권센터는 6명의 전문위원과 행정업무를 별도로 하는 직원으로 구성돼있다”며 “인권상담소와 성희롱·성폭력상담소가 분리돼있지만 업무상의 구분 없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대책팀이 양성평등센터의 기능을 강화하기로 한 이번 조치로 인해 양성평등센터의 인력이 보충될 예정이다. 양성평등센터 홍유진 씨는 “현재 센터의 추가적 인원 증원이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센터와 양성평등센터가 분리된 본교의 특성상 두 기관이 협조할 수 있는 상호협력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남호 교육부총장은 “인권센터는 인권 전반적인 교육을, 양성평등센터는 성평등 교육을 중점으로 할 예정”이라며 “핫라인을 만들어 두 기관이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화 실효성 지적하기도 해
한편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됐다. 의무화로 인해 수강하는, 형식적인 교육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까닭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노정인 활동가는 “교육이 의무화되면 대형 강의를 통해 1시간짜리 면피용 교육이 되기 쉽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강의가 어떻게 구성되고 학생들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학년에게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성인지 감수성’은 온라인으로 Pass/Fail 형식으로 운영돼 많은 학생이 영상 후 보는 간단한 테스트의 통과만을 노리는 실상이다. 1학년 세미나에 참여한 한주연(사범대 수교16) 씨는 “영상을 굳이 보지 않아도 테스트의 문항들은 간단한 검색 정도만으로도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교육 자체의 내용 변화도 요구된다. 노정인 활동가는 “현재 대학의 성교육은 피해자에게 피해 상황을 모면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행위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게 하는 교육이 올바른 예방교육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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