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에 ‘무명’의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그를 취재한 기자가 오늘 ‘무명’을 찾아왔다. 기사 속 ‘무명’의 모습은 열의 넘치고 따뜻한 경비원이었다.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아침 6시 반, 학교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새벽같이 나와 강의실을 점검하고, 학교 주변 정리를 돕는 그는…'

  기자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미안하냐고 묻자, 기자는 “꼭두새벽부터 일하는 아저씨가 당연해 보였다”며 “힘든 아저씨의 하루를 열정으로 미화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괜찮다며 웃었다.

  ‘무명’은 점심, 저녁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0시간을 근무한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니 주60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옆 건물의 ‘무명2’는 24시간이 업무시간이다. 그는 야간 5시간, 점심시간 1시간, 저녁시간 1시간을 뺀 17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다. 오늘은 ‘무명2’의 월급날이라 했다. 통장엔 ‘193만 원’이 들어왔을 것이다.

  ‘무명’과 ‘무명2’는 고려대의 경비원이다. 경비원은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수행 업무가 간헐적이란 이유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단 이유로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있는 것이다. 법에 따라 ‘무명’과 ‘무명2’는 연장근로수당도 받질 못한다. 다만 야간(오후10시~오전6시)에도 근무하는 ‘무명2’에겐 야간 수당이 지급되는데, 이게 난처하기 그지없다.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면서 야간휴게시간이 3시간에서 4시간, 5시간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명2’도 좋아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휴게시간이 늘어난 만큼 야간수당을 받지 못해 그의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막상 5시간의 휴게시간에도 업무는 계속되는데 말이다.

  ‘무명’은 경비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기자에게 물었다. “살만하죠 기자님?” “아저씨 저 승진했어요~” “하하 그럼..살만하죠 부장님?” “네 그럼요” “밥은 잘 먹고 다녀요?” “네 그럼요” “행복하고요?” “네 그럼요”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던 ‘무명’은 일을 보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가 사준 1000원짜리 음료수를 챙겼다. 두고두고 먹는 것밖엔, 그것밖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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