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 열정의 불씨를 계속 살려가길
11편의 응모작들 중에서 <스포일러>와 <당신은 푸른곰팡이입니까>와 <라스트 메이데이>가 최종까지 남았다. 다른 응모작들은 간과하기 어려운 결함을 저마다 지니고 있어서 그 전에 제외되었다. 그 응모작들에서는 의도와 실천 사이의 괴리가 현저했다. 억지스러운 사건 전개가 서사적 파탄을 초래했거나 이색적인 발상이 개연성의 결여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삽화들이 서사의 초점을 흐렸으며 실험적인 시도가 섣부른 객기에 그치기도 하였다. 진지한 태도가 답답한 요설로 흐른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은  세 편은 다른 응모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성취를 보여주었지만 그 작품들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스포일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펼쳐냈지만 종반부의 전환이 안이했고 주제에 대한 성찰이 상투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당신은 …>은 응모작들 중에서 가장 안정감이 있어 보였다. 사건들이 숙달된 문장을 통해 비교적 무난하게 전개되었다. 그러나 서사가 빈약하여 주제에 대한 공감을 부르기에 미흡했으며 극적인 효과도 충분히 거두지 못하였다. <라스트 메이데이>는 거친 면이 더러 보였지만 풍성한 이야기와 생동감 있는 장면 재현이 주목되었다. 사양길에 접어든 이념 서클에 대한 허무적인 시선이 허황되지 않아서 설득력이 있었으며, 자잘한 삽화들을 규합하여 서사를 구축하는 솜씨에서 향후 좋은 소설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읽히기도 하였다.

<당신은 …>과 <라스트 메이데이>를 남겨두고 비교하던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안정감보다 가능성에 더 점수를 준 것이다. 입상을 축하하면서 낙선한 이들에게도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소설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입상자들 못지않았다. 그 열정의 불씨를 끄지 않고 살려 간다면 이보다 좋은 수상 기회가 앞으로 있으리라 믿는다.

강현국 문과대교수·국어국문학과


시부문 - 공들여 시를 적는 학생들에게
22명의 학생들이 보내온 시를 읽으며 새삼 시란 무엇인가를 되새겼다. 요설과 허언과 희롱이 난무하는 시대에 가늠하기 힘든 마음의 갈피를 헤아려 한 자 한 자 공들여 시를 적는 학생들이 있다는 건 문학을 업으로 삼은 이에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중 누군가는 장차 시인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다른 누군가는 혹여 시 한 편 읽을 여유도 없이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젊은 시절 어느 한 때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시를 지어본 일은 남다를 것 없는 삶을 의미 있게 엮어주는 소중한 매듭이 될 것이다.

시는 말을 특별하게 사용하여 경험을 압축하는 문학 양식이다. 시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보석처럼 응축된 일상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지만, 거기서 섬광처럼 퍼져 나오는 빛은 이지러진 세상의 고단한 삶 전체를 비춘다. 이 광도가 곧 시의 자질인바 세상에는 잘 지은 시와 그렇지 못한 시가 있을 뿐 나쁜 시는 없다. 경험의 결정체로서 시의 우열을 가름하는 건 경험의 성격이 아니라 결정의 형태이다. 시의 바탕은 나날의 생활과 기분이거니와 여기에는 등차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작품에 각인된 특이한 체험이나 유별난 감정도 마다할 건 아니고, 기발한 착상과 독특한 안목도 눈길을 끌지만 이런 점들이 좋은 시의 관건이 되는 건 아니다. 시에서 특별해야 하는 건 말이지 사건이나 소감이 아닌 까닭이다. 교과서에나 나오는 고리타분한 얘기일 테지만, 적절한 어휘와 참신한 비유로 느낌을 정제하고, 조리 있는 배열과 균형 잡힌 구도로 생각을 집약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경험도 고르게 빛나는 결정으로 응결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윤준협의 <수국>과 정우식의 <자기소개서>를 잘된 작품으로 뽑는다. 두 편 다 조사(措辭)와 구조가 나무랄 데 없이 좋은데, 특히 앞의 시는 사물과 기억을 연결하는 비유가 탁월하고, 뒤의 시는 인물과 세계를 통합하는 구도가 우수하다. 이 둘 말고도 괜찮은 시가 없진 않았지만 이들만큼 말을 가다듬지 않아 문체나 의미가 산란되는 느낌을 줘 아쉬웠다.

이창민 인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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