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제도는 복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각 주마다, 각 정당마다 구체적인 선거 방식이나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도 세부적인 선거과정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1789년 제정된 이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보완, 개선된 형태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 그리고 전당대회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크게 예비선거, 전당대회, 선거인단 투표, 대통령 선출 투표로 구성된다. 2월부터 6월 사이에 치러지는 예비선거는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후보로 선출해줄 대의원을 뽑는 과정으로,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당원만 참가할 수 있는 코커스는 각 정당에서 주최하며, 보통 주(州)의 선거구 단위에서 개최된다. 코커스에 참가한 당원들은 서로 모여 지지할 후보자에 대해 토론한 후 지지단체에 가입하거나, 종이에 지지하는 후보자를 적어내는 방식으로 선호도를 표한다. 프라이머리는 코커스와 달리 당원 외의 유권자에게도 참가를 허용하며 주의 공식적인 선거관리기구가 주최한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미국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예비선거다. 이 두 지역에서 승리한 후보는 크게 이목을 끌고, 선거자금 획득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민주당 예비후보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힐러리 클린턴 예비후보를 꺾고 유력 주자가 돼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준형(한동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이오와 프라이머리의 대의원은 전체의 1%도 안 되지만 그 영향력이 크고, 대선을 가늠하는 풍향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아이오와 코커스의 경우 당원들만 참여하고, 백인이 전체 인구의 87%를 차지해 대표성이 떨어짐에도 초기 대선 구도를 어느 정도 규정짓는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예비선거가 마무리되면 각 당은 후보를 공식적으로 결정하는 전당대회를 연다.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에서 뽑힌 대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지명자에게 투표한다. 다수의 표를 획득한 대통령 후보자는 최종적으로 각 정당의 추인을 받는다. 대부분의 경우 예비선거에서 패한 후보는 전당대회 전에 자진사퇴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실질적으로는 당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김준형 교수는 “전당대회는 경선에서 분열됐던 당을 하나로 통합해 본선을 준비하는 출정식”이라며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높아지는 컨벤션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간선제와 승자독식제도
미국은 대통령 선거에서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각 주(州)의 독립성과 권한을 중시해 주의 의사를 대변할 선거인단을 뽑아 연방대통령을 선출한다. 김선화(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간선제는 국민 전체에 의한 대통령 선출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던 제헌 당시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독립되도록 하기 위해 즉,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도록 고안됐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 선거는 11월 둘째 주 월요일 다음 화요일(올해는 11월 8일)로, 이날을 실질적인 대통령 선출 투표 날로 본다. 선거인단의 수는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을 합한 535명에 컬럼비아선거구(워싱턴시)에서 3명을 추가한 538명이다. 때문에 538표의 과반수인 270표를 ‘매직넘버’(대통령 당선 가능표)라고 한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는 12월 두 번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올해는 12월 19일)로, 선거인단 선출 선거에서 이미 알려진 결과를 확정하는 절차다.

한편, 미국에선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를 제외한 48개 주에서 승자독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즉, 주별로 투표를 진행해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해당 주에 배분된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보다 한 표라도 많이 얻는다면, 민주당 후보는 캘리포니아 주에 할당된 55명의 선거인단 표를 모두 독식한다. 그래서 승자독식제도는 적은 투표를 얻어도 당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고어 후보의 대결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고어 후보가 48.38%, 부시 후보가 47.87%로 고어 후보가 50여만 표 앞섰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선 267대 271로 패했다. 이처럼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전체 유권자의 표수와 달랐던 경우는 미국 역사에서 총 4번(1824년, 1876년, 1888년, 2000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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