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같은 사업에서 대학 본부가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 ‘학생을 대학을 구성하는 하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이 지적되지만, 대학 본부의 인식 변화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대학 학보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학보사 스스로가 전문성과 보도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신문사만의 논조를 정해야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안에 대해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은 지속적으로 비판적인 사설을 싣고 취재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보사 ‘이대학보’도 ‘대학-학생 갈등 조장하는 교육부 사업’과 같은 사설을 통해 사태의 근본 원인을 짚었다. 이렇듯 각 대학의 학보사는 사실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문사만의 관점을 확실히 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상석 이사장은 “지금 학생들은 학보에 관심이 없고, 학보 말고도 정보를 제공받는 루트가 많다”며 “이 상황에서 학보사가 하나의 사건을 ‘사건’으로만 보도한다면, 점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보사가 비판의식 없이 대학 본부의 발표를 전달만 하는 것은 원활치 않는 소통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신문’은 기자단, 간사, 주간교수, 자문위원 교수가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통해 신문사의 입장을 정하고 있다. 특히 신문사의 논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설에 관한 논의는 회의의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대학신문’ 이승엽 편집장은 “기자단은 좀 더 깊은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보도를 해야 하며, 주간단과 자문위원 교수들은 본부의 입장만을 대변하기보다 최대한 균형 있는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보사가 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합의한 후 분석 기사를 보도한다면 대학본부와 학생 간의 소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성을 키워 올바른 공론화를
전문가들은 학보사가 단편적인 보도만을 한다면 대학 본부와 학생들 간의 소통에서 더욱 무기력해질 거라 진단했다. 독자들이 사건의 단면만 보고 판단하게 돼, 올바른 공론화를 못한다는 것이다. 부산대 학보사 ‘부대신문’ 신지인 편집국장은 “학생과 대학 본부의 소통을 위해서 학보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은 결국 사건의 공론화인데 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학보사 역량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맹점에서 벗어나려면 학보사가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한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큰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석 이사장은 “한 사건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모두 짚어준다면,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하게 된다”며 “학생사회에서 논의과정이 만들어지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적인 시각을 갖추는 데엔 학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신문’ 독자 이경민(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14) 씨는 “학내의 분위기나 다양한 의견, 그리고 사실‧정보들과 함께 어우러진 기사를 보고 싶다”며 “다만 다수의 의견을 학생 전체의 의견으로 단정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성을 갖춘 학보사는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 학보사 ‘연세춘추’ 이삼열 주간교수는 “학보사가 전문성을 갖고 있다면 사건을 공론화시킬 뿐 아니라, 기사에 대한 자연스러운 피드백을 가능케 한다”며 “이 경우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과도 교류하면서 주요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언론이 아닌 학생‘언론’
학보사의 발전을 위해 대학 본부의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밀실협약이었다는 비판을 받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안의 경우, ‘대학신문’ 기자들도 시흥캠퍼스 관련 진행 사항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느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협약 체결 실시 10분 전에 통보받은 셈이다. 이승엽 편집장은 “본부에서 결정한 내용이 없어 취재를 해도 답변을 받을 수 없었던 면도 있지만, 본부가 대학신문을 학생‘언론’이라기보다 ‘학생’언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이어 그는 “발행인이 총장이고 본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학보사 구성원은 신문윤리강령을 수호하는 기자”라며 “본부에서 학보사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직원 및 교수들의 시각 변화도 필요하다. 이삼열 연세춘추 주간교수는 “학교 교직원들이 언론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학보사에 대한 인식이 낮으면 학보를 홍보지로만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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