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

  1947년, 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신문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렸던 고대신문의 창간 6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반백년이 훌쩍 넘도록 고려대학교 역사의 진실한 기록자이자, 고려대학교 학생사회의 건강한 공론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고대신문의 꾸준한 노고에 진심어린 경의를 표합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캠퍼스 곳곳에 놓여있는 고대신문을 제가 본격적으로 집어 들기 시작한 것은 학생회 대표자가 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독립학부 학생회와 총학생회 활동을 3년 이상 하고 있으니 고대신문과의 인연도 정확히 그만큼일 겁니다. 고대신문은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 저녁이면 이미 학우들의 손길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도 그때부터였습니다. 지금도 총학생회실 제 집무공간에는 누렇게 색이 바란 고대신문 지난 호들이 학생회관 2층에서 집어 올린 고대신문과의 지난 나날들을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저는 고대신문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이는 고대신문이 우리학교 학보사로서의 그 역할을 분명하게 다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학생회를 비롯한 학교의 여러 기관들의 소식을 정확하게 알리고, 날카롭게 비판하는 역할이 바로 학보사에게 주어져있기 때문입니다. 매주 발행되는 종이신문뿐만 아니라 최근 온라인상의 매체물을 적극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발맞추고, 학보사의 위기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나아가 학보사의 미래를 선도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학보사의 위기라는 말은 학생회의 위기만큼이나 자주 들려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인즉슨, 학보사 신문은 잘 읽지 않고, 학생회 활동은 관심 밖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의 수도 줄어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각각의 능동적인 노력이 부족한 점을 이유로 꼽을 수도 있겠으나, 저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가, 디딜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률, 반복되는 청년들의 ‘사회적 죽음’ 등이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이라 해도 무방하기 때문입니다.

  11월 3일, 오늘은 학생의 날이기도 합니다. 2016년 오늘은 총학생회가 수백 명의 학우들과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금의 상황에서는 청년들의 삶뿐만이 아니라 이 시절이 하수상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내에선 그 어느 때보다 학생회와 학보사, 학생사회를 이루는 큰 두 축의 역할이 중요하고, 간절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수히 터져 나오는 학우들의 목소리와 현장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의 진실한 모습을 오롯이 옮겨주시길 바랍니다. 편집실에서, 학생회관에서 그리고 학교 곳곳과 거리의 광장에서 그 발자취를 기록으로 남겨주시길 소망합니다.

  더 나아가 고려대학교에는 수많은 구성원이 있음을 끝까지 잊지 않고 비추어주시길 바랍니다. 단 한 명의 의사결정과 철학이 고려대학교의 변화를 좌우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기도 합니다. 고대신문의 펜대가 정확히 그곳을 향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의 수려한 외관보다, 신축되는 건물의 자랑보다는,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신음을, 소외되는 소수자들의 아픔을 담는 게 고대신문에게 먼저이길 바랍니다.

  2016년의 오늘, 고대신문의 창간 69주년에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이 글을 마무리하고 학생회관을 나서는 지금도 홍보관 2층의 불빛이 밝습니다. 우리대학 학보사 고대신문 편집실의 밝은 빛입니다. 고대신문의 밤낮 가리지 않는 성실한 노고가 고려대학교와 우리 사회 곳곳을 비추는 진실한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글 |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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