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재호 총장

  고려대학교 고대신문의 창간 69주년을 진심으로 축합니다. 69년간 자유·정의·진리의 고대정신을 견지해 온 고대신문은 고려대학교 구성원에게 큰 자긍심이자, 대학이 지성의 전당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좋은 스승과 벗들이 이 신문을 통하여 서로 엉키고 뭉치도록 사색과 공론의 장을 만들어 준 역대 주간 교수님과 학생 기자, 그리고 신문사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고대신문은 1947년 조국과 민족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대의 청년들이, 대학생으로서 그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만든 대학 최초의 언론이었습니다. 고대신문 창간호를 보면, 그때 어지러웠던 해방 사회에서 당시 청년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고대신문을 통해 지난 세월 우리 고려대학교의 교수님들과 학생들의 지성사를 엿볼 수가 있고, 당시 대학생들의 의식과 문화, 생활양식을 그대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고대신문이야말로 개척하는 지성들이 만들어 온 우리 시대의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매주 발행하는 고대신문을 보며 학내 사정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두발로 뛰며 학교에 대한 애정으로 꼭꼭 눌러쓴 기자수첩 덕분에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직원 모두는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며 지속적인 참여와 소통을 해왔습니다. 혹독했던 군사정권 시절에는 주요 언론이 싣지 못하는 사건들을 고대신문은 유일하게 보도하여 학우들의 소식을 전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고대신문뿐 아니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다양한 학교 소식을 접할 수 있더라도, 고대신문이 그동안 쏟아 낸 깊이 있는 콘텐츠들은 아직도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고대신문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학 언론의 선도자로서 여러 대학 언론들의 모범이 되어 오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앞으로 고대신문처럼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할 것입니다. 고려대학교의 홍보는 학생들의 순수한 아이디어와 열정이 만든 작품으로 대체될 것입니다. 또 학생들이 파이빌(π-ville)에, 혹은 SK미래관에 모여 만든 창의적인 생각이 현실화 되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 줄 것입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결코 타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는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저는 고대신문 창간 69주년을 맞아 모든 학생들에게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대학인으로서 ‘개척하는 지성’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당부합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홍수처럼 늘어나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진실한 정보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인터넷을 열면 쏟아지는 자극적이고 추측이 난무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데이터는 대신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빅데이터 시대의 한계점을 느끼게 됩니다. 진실을 위해 노력하는 언론의 영향력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내 구성원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한 번 더 생각할 문제를 제시하는 ‘개척하는 지성’들의 공론장의 역할을 69년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힘써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대학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그 대학의 학보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매주 각 대학의 신문을 보면서 그 안에서 펼쳐지는 대학의 진면목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고대신문은 고려대학교의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고대신문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신 교수님, 학생여러분, 직원선생님, 교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려대학교가 미래를 열고,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학이 될 수 있도록 고대신문이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글 | 염재호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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