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잊히고 있던 일련의 사건들이 다시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에 대한 의문도 그중 하나였다. 언론과 SNS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진 시간 동안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 ‘성형시술을 위해 프로포폴을 맞았다’, ‘7시간 시차의 독일에 있는 최순실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였다’ 등 여러 가설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지난 11일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에 대해 “사실이 아닌데도 악의적으로 의혹을 부풀리는 보도는 중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므로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의혹을 부풀리는 근본적 원인은 언론인가 대통령인가. 또 그러한 의혹에 흔들리는 것은 국민의 잘못인가 대통령의 잘못인가. 국민이 제기한 의문에 대해 대통령은 항상 “사실이 아니다” 혹은 “근거 없는 비방이다” 같은 모호한 답변만을 내놨다. 세월호 사태에서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의혹에서도, 국정운영과 관련된 모든 답변에서도, 심지어 국민 지지율이 5%밖에 되지 않는 시국에서의 대통령 담화문에서도 한결같은 자세다. 

  풀리지 않은 의혹은 더 큰 의혹을 낳았다. 불통과 모르쇠로 일관한 대통령의 대답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무너진 경계 틈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무분별한 유언비어가 퍼져나갔다. 거기에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꼭두각시라는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대통령이 내뱉었던, 그리고 앞으로 내뱉을 모든 말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됐다.

  박 대통령이 국정을 끌고 갈 동력은 이미 오래전 사라졌다. 국민의 신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다. 하야를 하건, 탄핵이 되건, 책임총리를 세우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인정하고, 고구마 줄기처럼 엮여있는 비리와 의혹들을 철저하게 규명하도록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과 SNS에서 퍼져나가는 괴담들과,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였던 모호한 태도는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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