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본교 교수 503명의 서명이 담긴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는 11일 오후 6시 현재 618명까지 불어났다. 시국선언문의 초안 작성과 수정을 함께 한 김수한(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교 교수 대부분은 의견을 표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며 “이 사건을 통해 국민 의식, 정치계, 대학생에 실질적 변화가 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사진 | 나지원 기자 joy@

- 어떻게 시국선언이 시작됐나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의 대자보와 ‘교수님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냐’는 학생들의 말도 자극이 됐죠. 그러나 저는 5년 차 조교수기 때문에 선뜻 행동하기에는 다른 교수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침 이진한(문과대 한국사학과) 교수님께서 ‘많은 선생님한테 전화를 받았다’며 ‘초안을 써보자’고 저에게 연락을 주셨어요.”

- 어떤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나
지난주 금요일(4일) 4 명의 교수가 함께 첫 회의에서 서로의 초안을 나누고 토요일부터 많은 교수님의 의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40명 이상의 교수님이 의견을 주셨어요. ‘표현이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톤이 너무 약하다’ 등등. 직접 글을 써 주신 교수님도 있었습니다. 분명 다른 교수님들도 이 시국선언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저희는 그저 고대 교수님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죠. 그리고 사흘 만에 500 명이 넘는 교수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서명해 주셨습니다.”

- 시국선언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태도와 행동이 필요한가
“세월호 사건을 봐도 그렇듯, 사건 당시에는 많은 사람의 분노와 저항이 있었지만, 이후에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죠. 예를 들어 세월호 사건 이후 정치계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 직후 사람들은 시청과 안산에 찾아가 분향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결국엔 ‘언제까지 슬퍼할거냐’라며 화를 냈죠. 이 사건 자체보단, 이후에 국민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할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사건을 통해 국민들에게 예상되는 변화가 있나
“국민들이 민주주의는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을 거로 생각해요.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 ‘입법활동을 한 적이 없다’, ‘일반인의 삶을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가 우리를 잘살게, 우리나라를 강한 국가로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뽑았겠죠. 그동안 우리는 정의와 자유, 민주적 가치를 수호할 만한 리더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이 민주화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적어도 민주주의는 훼손되지 않겠지’라고 믿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리더를 뽑아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 대학생들도 시위현장으로 나가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이 사건이 어떤 의미인가
대학생들은 현 시국에 분노하고 목소리를 내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체제에 ‘순응’하며 학점과 출석에 신경 쓰던 대학생들이, 시위와 대자보를 통해 어른들이 하기 어려운 기존의 질서에 대한 비판을 하고, 새로운 질서를 갈망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는 것이죠. 이 사건은 ‘순응 세대’에서 ‘변화를 열망하는 세대’로 바뀔 기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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