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16년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KOFICE)에서 주최한 ‘2016 해외 학보사 기자단 초청취재 지원 10주년 기념, 한국 학보사 기자단 방중취재’에 참가했다. 중국 현지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 문화콘텐츠의 발전 현황과 한중 문화교류의 미래를 알아봤다.

  2만 년.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요우쿠(Youku)를 방문하는 중국 이용자들이 하루에 보는 동영상 시간이다.

  ‘중국의 유투브’라 불리는 요우쿠는 최근 중국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요우쿠에서만 하루에 30만 개에 이르는 동영상들이 퍼져나가고, 수억 명의 이용자들이 이를 시청한다. 짱샹후이(蔣湘輝, Jiang Xianghui) 요우쿠 정부사무총감은 “중국 내의 뉴미디어 콘텐츠의 성장세는 매년 40~50%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은 중국의 영상문화를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다.

시장 확대를 불러온 B.A.T의 진출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이 급격하게 발전한 것은 중국 IT업계 3대 기업인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뛰어든 이후다. 2004년 12월 러스왕(樂視網, LETV) 창립 후 중국에서 처음 도입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단순히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에만 그쳤다. 2007년부터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벤처자본이 막대하게 투자됐지만, 콘텐츠 산업 시장 환경의 미성숙, 법률 제도의 미비 등으로 더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09년 중국 국무원의 <문화산업진흥계획>, 광전총국의 <방송영상 지식재산권 전략 실시 의견> 등의 시행으로 제도 정비와 콘텐츠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중국의 IT대기업들도 새로운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건웅 차이나리뷰 발행인은 “2017년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장 규모는 366억 위안(한화 약 6조 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IT기업들은 콘텐츠 확보를 통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요우쿠는 2012년 중국 최대의 기업인 알리바바에 약 48억 달러(한화 5조 4000억 원)에 인수됐다. 알리바바는 요우쿠가 보유하고 있는 5억 명 이상의 이용자와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에 주목했다. 이를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우쿠는 영상에 나오는 제품을 클릭하면 바로 구매 페이지와 연결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수익사업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요우쿠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거대기업들이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유통에서 제작까지
  최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은 콘텐츠 유통을 넘어 콘텐츠 제작과 TV 방송국으로의 역수출도 하고 있다. 요우쿠는 2014년 알리바바와 협력관계를 체결한 후 약 12.2억 달러(한화 1조 4000억 원)을 투자받아 판권 구매와 자체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자금을 확보했다. 노동절 연휴 기간 요우쿠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모닝콜>은 중국 공영방송 CCTV와 미국의 ICN TV에 방영됐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자체 제작도 진행 중이다. 이는 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유투브), 이용자가 쌍방향으로 콘텐츠를 교환하는 플랫폼(P2P), 상업적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넷플릭스) 등 기존 플랫폼과는 다른 양상이다. 과거 방송국과 협력했던 많은 드라마 제작사들도 요우쿠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박성은 한중문화창의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단순 콘텐츠 중개자에서 생산자와 판매자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뉴미디어의 가파른 성장세는 전통매체에 종사하던 많은 인력을 뉴미디어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이미 전통매체의 광고 수익은 하향세를 그리고 있고,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방송국인 후난위성이나 중국 공영방송인 CCTV 등 거대 방송국의 제작자들이 요우쿠나 텐센트 등으로 넘어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짱샹후이 정무사무총감은 “젊은층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신의 의견을 쉽게 피력하고 공유할 수 있는 뉴미디어에 열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열하게 경쟁 중인 중국 내수시장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 개발,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콘텐츠의 독점 방영에도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에선 유투브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에 접속하기가 힘들고, 반대로 해외에서도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접속하기 까다롭다. 하지만 시장 범위와 이용자층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생태계 경쟁은 유투브 같은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치열하다. 현재 중국 시장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점유율은 텐센트가 21.6%, 아이리치가 21.3%, 요우쿠가 20.8%를 차지하고 있다. 짱샹후이 정무사무총감은 “요우쿠가 가지고 있는 플랫폼의 장점을 텐센트나 아이이치 같은 중국의 동종 기업들도 대부분 가지고 있어 수익적인 측면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는 상태”라며 “다른 기업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특정 콘텐츠의 독점 방영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우쿠의 경우 <런닝맨>, <나는 가수다>, <최강대뇌> 등의 예능은 물론, 영화, 음악, 운동, 시사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다.   

  업계에선 수익의 다원화를 위해 유료콘텐츠의 확대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기본적 수익모델은 광고수입이다. 하지만 광고 비중이 2013년 72.1%에서 2016년 53.6%로 급감했고, 각 기업이 콘텐츠의 차별성을 위해 판권 구매와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하면서 광고수익만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기업들은 광고 수입을 넘어 회원프리미엄 제도 같은 새로운 유료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태양의 후예> 등 인기 콘텐츠에 힘입어 아이이치의 유료 VIP 회원 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고, 요우쿠도 새로운 개척지인 VR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건웅 발행인은 “아직까지 중국 소비자의 상당수는 콘텐츠가 무료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그럼에도 기업들이 라이브 동영상 확대나 VR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영상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방침과 통제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4년 9월 중국 정부는 <온라인해외동영상관리와관련된규정에관한통지>을 통해 2015년 1월부터 인터넷상에 해외영상물을 게재할 때 사전허가를 받도록 했다. 또한 해외 TV프로그램 편수를 중국 프로그램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박성은 한중문화창의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중국 내에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로 그 성장이 더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중국 특유의 정책적 변수 속에 치열한 경쟁과 다양한 시도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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