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 …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해야”
“혐오표현은 사회적 해악 …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제정해야”
  • 김태우 기자
  • 승인 2017.03.13 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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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실태조사 연구 발표한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전 세계적으로 혐오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기존의 혐오대상이었던 이슬람교는 물론 난민과 이민자를 겨냥한 혐오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온·오프라인에서 소수자를 상대로 혐오표현이 봇물 터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을 ‘○○충’, 성소수자를 ‘△△충’, 여성을 비하하는 ‘XX녀’가 그렇다. 혐오의 대상은 늘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였다.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는 “이젠 혐오표현을 법으로 규제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혐오표현에 따른 사회적 해악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홍성수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월 19일에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혐오표현의 사회적 심각성을 파악했다. 소수자 인권실태 조사가 차별 ‘경험’에 초점 맞춘 기존의 연구와 달리, 이번 연구는 온·오프라인 상의 혐오 ‘표현’에 집중했다. 그는 “대중이 혐오표현에 대해 ‘말은 말로 받아치면 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단지 ‘표현’이란 이유로 특별한 해악이 정말 없는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대중의 인식과는 달랐다. 혐오표현은 결코 가볍게 받아 칠 문제가 아니었다. 1014명에게 설문과 면접을 진행한 결과 피해 본 소수자집단은 낙인과 편견으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낙오될 만큼 정신적 고통 속에 있었다. 성소수자의 경우 혐오표현으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겪은 경험에 대해 43.3%가 공감을 했다. 홍성수 교수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이주민, 여성 50% 이상이 ‘혐오표현으로 일상생활에 불안을 느낀다’는 문항에 공감을 보였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표현 중 증오선동에 주목했다. 혐오표현은 크게 소수자에게 직접 해악을 끼치는 경우와 제3자가 소수자를 차별하고 혐오하도록 조장하는 경우로 나뉜다. 증오선동은 후자로서 제3자에게 혐오를 부추긴다. 증오선동이 집단적 증오범죄(Hate Crime, 범죄동기가 특정 소수자집단을 향한 증오심으로 그 집단에 속한 사람을 가해하는 범죄행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에 그 해악도 크다. 홍 교수는 “증오선동의 경우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형사처벌로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혐오표현 규제가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혐오표현 근절을 방해하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 이슈에 반발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에선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침범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특정 소수자집단이 혐오표현 때문에 단체로 공포감이나 굴욕감을 느끼며 일반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없다면 그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기에 그는 미완으로 남은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수 교수는 “자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혐오표현으로 소수집단을 차별해 그들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는 해악을 손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차별금지법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대표적이다. 홍 교수는 ‘사회적 합의’란 표현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차별금지법은 지금까지 충분히 미뤄져왔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이 아시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발달한 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고립되어야 하는 것은 소수자가 아니라 혐오세력”이라고 말한다. 소수자 지지행동에서 일부 혐오세력을 역으로 고립시키는 연대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일본의 재일조선인에 대한 혐한 시위 대처를 소개했다.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재일조선인을 혐오하는 시위를 벌이자 일본 내 양심적 시민사회 활동가와 지식인들이 공개적으로 재일조선인을 지지하며 함께했다. 이는 극우주의자를 고립시킨 대항시위의 전초가 됐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세력을 역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소수자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더 많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대학 내 인권교육과 운동을 강조했다. 1990년대 이후 대학사회에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 중지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담론이 대두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최근 대학사회에 불거진 SNS 성희롱 사태는 보편적 인권의식의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 그 기저엔 아직 차별과 혐오의식이 남아있던 것이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인권 감수성을 증진하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차별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성수 교수는 “1990년대에 대학 내 성폭력 자치규약을 만들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했듯이, 대학에서만큼은 차별과 혐오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 운동과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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