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김승환 커플은 동성이란 이유로 민법이 정한 결혼제도로 보장 받을 재산권, 상속권, 국민건강보험에서 가족으로 혜택 받을 권리 등 다수의 법적 권리에서 배제됐다. 이들의 혼인신고서 불수리 처분 불복 소송(가족관계등록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은 항고심까지 이어졌으나 2016년 12월 6일 각하됐다. 한국의 동성결혼법은 아직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성소수자만 배제된 권리
  
기본 권리로부터 소외된 동성커플은 부지런해야 한다. 이들은 개인의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들여 이성 부부가 혼인법으로 보장받는 권리 일부분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초보적인 단계지만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에서 동거계약과 유언장 작성, 후견계약 등을 도와주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성결혼법이 없는 일본에는 준 결혼계약, 유언장, 임의 후견 계약 등을 포함한 법률 플래닝을 변호사와 함께 준비하는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이는 동성커플이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는 전제만 고려한 서비스다. 동성 부부도 다양한 이유로 ‘이혼’하거나 ‘사별’할 수 있기에, 관련 법률이 없어 부부 중 누군가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 류민희 변호사는 “동성커플이 이성 부부처럼 혼인 유지 중 최소한의 혼인법적 권리를 누리고자 한다면 계약, 유언장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의 경우는 다르다”며 “이혼제도와 상속권 문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트너의 권익을 국가가 개입해 보호해주는 일이기에, 동성결혼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주요 대선주자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고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한 후보는 없으며, 차별금지법 제정 역시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시장만이 확실하게 지지했다.

  대선주자들의 발언과 달리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희망법 류민희 변호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높은데, 법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법적 지체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법조계 전문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동성결혼 합법화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48.7%, 반대가 51.3%의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시민결합제도에 대해선 찬성이 58.0% 반대가 41.9%의 지지율을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도 동성커플을 위한 법제 마련 시도는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선 시민결합법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 연속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거주와 생계를 함께하지만 혼인관계가 아닌 2인에게 재산권, 가정폭력, 국민건강보험 등의 사회복지 접근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대세에 뒤처진 한국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 합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2000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핀란드도 동성결혼법이 공식적으로 적용된다. 시민결합 형태의 제도를 택한 국가도 점차 증가하면서 동성결혼과 시민결합을 제정한 국가는 총 50개국이 넘는다.

  해당 법안은 현재까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이미 성소수자 반대 세력에 부딪혀 막혀 있어서다. 정의당 이수호 성소수자위원장은 “정치인이 성소수자 관련 법안 발의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협박”이라며 “지역구 의원의 경우 지역 교회에서의 압력과 압박은 투표와 연결돼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정치권까지
  
동성커플의 가족구성권을 위해 정치권 밖에서 개인이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희망법 류민희 변호사는 “누구든 간에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동성커플을 위한 가족구성권 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직원노조나 대학교 내 규칙에 동성커플을 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민주노총은 내부 규약을 변경해 사무총국과 사무처 활동가 중 동성 배우자에 대한 가족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희망법 류민희 변호사는 “본인 공간에서 동성커플을 위한 작은 노력이 모여 사회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변화도 촉구했다. 제9회 성소수자 인권포럼에서 동성결혼을 주제로 토론에 나선 가구넷 오소리 활동가는 일본 기업에 주목했다. 파나소닉, 아사히 신문, 라쿠텐 등 일본 주요 기업이 사내 규정에 결혼과 배우자의 정의를 변경해 동성파트너를 가진 직원에게 배우자 관련 복리후생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오소리 활동가는 “한국에도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구글, IBM 등이 있다”며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운동이 성소수자 친화적 기업이나 단체를 찾아 이들을 먼저 변화시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성소수자 지지자에 대한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정의당 이수호 성소수자위원장은 “정당은 성소수자 관련법에 반발하는 보수기독교 세력의 논리를 깨뜨리면서 끊임없는 입법과정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당이 먼저 시민사회단체에 신뢰를 보여야 그들의 지지와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이슈를 정치적 아젠다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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