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베이에 위치한 시대역량 당사에서 만난 양야팅(좌)과 판이(우).
▲ 2015년 10월, 시대역량의 게이 퍼레이드 모습. 테마는 노란색과 무지개다.
▲ 2016년 1월, 대만의 총선거를 앞둔 시대역량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듯, 대만 청년들은 대만을 ‘귀도(鬼島, 귀신들린 섬)’라 부른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 높은 집값과 실업률 등 청년의 경제적인 독립이 불가능한 현실을 ‘귀신’이 들렸다고 자조한다.

  2014년 대만에서 귀도 탈출을 위한 청년들의 커다란 움직임이 일었다. 의료, 금융 등 11개 분야를 중국에 개방하는 ‘양안서비스무역협정’ 반대를 위해 청년들이 국회를 점거했다. 일명 ‘해바라기 운동’이다. 해바라기 운동의 주역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청년들로 구성된 새로운 정당 ‘시대역량(時代力量)’을 조직했다. 시대역량은 ‘투명성, 개방, 행동, 참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2016년 대만총선에서 총 113석 중 5석을 얻었다. 창당 1년 만에 민진당, 국민당에 이어 제3당이 됐다. 시대역량의 조직개발부 판이(Pan Yi), 국제협력부 양야팅(Yang YaTing)을 만나 대만의 청년문제와 청년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시대역량이 시급하게 생각하는 청년문제는 무엇인가
  
판이 | “개인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불합리한 연금시스템이다. 공무원, 군인과 일반 직장인의 평균 연금은 15배나 차이가 난다. 연금시스템으로 인해 청년들이 너무 많은 빚을 부담하고 있다. 연금 수령액에 비례하게 연금 보험료를 책정해야 한다. 또한 연금 수령액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어 불가피하게 전체적인 연금 수령액을 줄여야 한다. 연금이 적자 위기에 당면한 지금, 연금 개혁은 필수적이다. 민진당에서 연금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고, 시대역량 내에선 당원끼리 다양한 의견을 모아 개혁안을 점검하는 중이다.”

  대만 청년들은 어떤 경로로 정치에 참여하나
  
판이 | “해바라기 운동 이후 일부 청년들은 정당에 참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다수 청년은 거리에서 직접 투쟁하는 것이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에 더 효과적이라 믿는다. 당연하지만 청년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한다. 이번 선거에서 총투표율은 66%에 불과했지만, 청년 투표율은 74.5%에 달했다. 해바라기 운동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투표가 중요하며,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깨달아서다.”

  청년 정치인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판이 | “기성 정치인보다 시민들과의 소통에 더 개방적이다. 주로 SNS를 창구로 활용한다. 기성 정치인은 자신을 통치자라고 인식하며 권위적인 편이지만, 청년 정치인은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다. 또한 청년의 시각에서 사회를 바라보기에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단점은 명확하다. 정치 경험 부족이다. 입법을 위해선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형식적인 절차는 글로 배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입법 과정은 경험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 입법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가 부족하기에 청년 의원은 입법부에서 소외당하기도 한다. 또한 민진당, 국민당 등 기성 정당에서 활동하는 청년 당원은 소속 정당의 노선을 따라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차기 공천과 선거를 위해 당비 지원을 받아야만 해서다. 청년 정치의 어두운 부분이다.”

  양야팅 | “시대역랑이 소수정당이다 보니 당 차원에서 시급한 안건으로 판단하지 않았는데도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경우가 있다. 민진당이나 국민당이 수면 위로 올리는 사안에 대해선 당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대응한다.”

  청년 정치인 증가가 청년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판이 | “엄밀히 말해 청년문제는 20~3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다. 청년 의원, 당원만으론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 전체가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주택문제나 일자리 창출문제는 관련된 각 정부 기관이 모두 노력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청년 정치인이 청년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인 면이 있다. 청년 정치인은 청년의 입장에서 진실을 말하고, 목소리를 낸다. 청년 정치인은 기성 정치인이 말하지 못하고 겁냈던 진실을 밖으로 공론화해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양야팅 | “시대역량은 청년 정치인이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가지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거라 믿는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게 새로운 전문가, 시민들과 협력하기에 색다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

  대규모의 청년 정치 운동이 또 발생할 수 있는가
  
판이 | “당분간 제2의 해바라기 운동의 발생은 어려울 것이다. 해바라기 운동은 8년 동안 쌓인 사회에 대한 ‘분노’로 일어났다. 분노가 표출되기까지 이처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비슷한 운동이 다시 발생하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또 필요할 것이다.”

  시대역량의 1년간의 활동에 대해 평가한다면
  
판이 | “지난 1년간 시대역량은 정당의 정체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선거 당시 사람들은 시대역량을 작은 민진당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대역량은 민진당과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민진당의 주요 정책에 앞장서 반대했다. 민진당과 국민당의 견제세력으로서 잘못된 정책에 대해 중요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현재 대만의 강력한 제3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야팅 |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지금은 민진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나, 좋은 정책은 시대역량도 동의하고 지지한다. 한 예로 민진당과 함께 진행 중인 동성 결혼 입법화를 들 수 있다. 민진당 의원이 처음 법안을 발의했고, 시대역량이 정책을 지지하며 중간에서 정책의 수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판이 | “시대역량에 맡겨진 소임은 입법 과정에서 집권당이 추진하는 법안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소수 정당인만큼 직접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아직 어렵다. 보완한 이후에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도록 시민들에게 법안을 제대로 설명하고,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앞으로 대만에서 더 진보적인 법안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정당이 되겠다.”

 

글| 박윤상, 공명규 기자 press@
사진| 이명오 기자 myeong5@
사진제공| 
시대역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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