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달팽이에게 '새 둥지'를 달라"
"집 없는 달팽이에게 '새 둥지'를 달라"
  • 류승현, 장강빈 기자
  • 승인 2017.03.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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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민단체 인터뷰 3. 청년주거 시민운동 단체 '사회주택시행추진연맹'

“정말 내 집을 마련할 수는 있는 걸까요?”

  한국에서 2030세대의 주거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2016년 3분기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30세대가 12년 6개월을 일해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마련할 수 있다.

  청년들이 귀신들린 섬 ‘귀도(鬼島)’이라 부르는 대만 또한 주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 타이베이의 PIR(소득대비 집값 지수)는 15 정도. 15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유엔인권정주위원회가 권고하는 적정 PIR인 3~5에 비하면 상당히 높다. 대만청년주거운동단체 사회주택시행추진연맹(社會住宅推動聯盟, 사회주택연맹) 대변인 펑양카이(彭揚凱)씨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여 년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 사회주택연맹의 대변인 평양카이 씨 / 사진제공 | 사회주택추동연맹

- 대만 대학생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나
  “대학 기숙사는 아무리 커도 전교생의 40퍼센트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대부분 학교 주위 ‘타오팡’이나 ‘야팡’에서 산다. 타이베이 전 지역의 땅값 수준은 서울 강남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학교 인근에 위치한 화장실이 독립적으로 갖춰진 ‘타오팡’은 6평 정도이고, 그 방의 쭈진(租金, 월세)이 무려 70~80만 원이다. 공용 화장실만 있는 ‘야팡’의 경우 3~4평에 쭈진이 30만 원 정도다. 야팡의 비용은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며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야팡보다 거주환경이 좋은 타오팡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없다면 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타이베이 거주 학생들의 통학이 늘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의 경우도 대학생 시절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간다. 사회초년생들도 타이베이나 신베이 등 통근이 가능한 거리라면 계속 가족과 같이 생활할 만큼 독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 사회주택연맹에서 새둥지운동(巢運·차오윈)을 시작한 계기는
  “예전에도 시민들이 주거 문제로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1989년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집 없는 민달팽이 운동’이다. 다만 운동 이후에도 주거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시민들은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2004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계속된 임금 정체와 고급빌딩만 건축하는 현상으로 인해 타이베이 인근 지역 집값이 폭등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때부터 여러 민간 시민단체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며 거주 문제에 대한 비판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2011년에 시민단체들이 뜻을 모아 사회주택연맹이란 연합조직을 결성했다. 사회주택연맹은 2014년 말 대만 총선거가 시행되자 정치인들이 주거문제를 공약으로 세우게 하자는 생각으로 ‘새둥지운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투쟁을 시작했다.”

- 새둥지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2014년 10월 5일 2만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초고급 아파트 단지 ‘디바오(帝寶)’에서 대규모로 야영 시위를 했다. 타이페이 중심가에 위치한 ‘디바오’는 평당 2억 원을 호가하는 초호화 아파트다. 주거 환경도 나쁘고 물가와 집값도 오르니 ‘우리는 평생 벌어도 이런 좋은 주택에 살 수 없다’란 뜻을 담아 거리에 드러누웠다. 1989년 민달팽이 운동 당시에는 ‘우리도 구매 가능한 집을 지어 달라’는 의미로 비슷한 운동을 진행했다. 새둥지운동은 더 악화된 상황을 보여주듯,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지어 달라’는 이유로 거리에 나섰다.”

▲ 2014년 10월, 타이베이 인근 지역 집값의 폭등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초호화 아파트 단지 디바오에서 외쳤다.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 / 사진제공 | 사회주택추동연맹

- 대만 주거환경이 왜 열악하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정부가 주택 매매‧임대시장 관리를 거의 안한다. 주택 매매의 경우 부동산세와 양도세가 굉장히 낮아 부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사실상 장려하고 있다.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임대시장의 경우 그 규모가 선진국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10퍼센트에 불과하고, 자가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임대시장이 열악하다 보니 빚을 내서라도 집을 구매해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임차인의 주소를 법적으로 등록시켜주지 않는 집주인들에 대한 감시도 미약하다. 정부의 관리가 되지 않는 영역에서는 주거 환경의 질이 더 낮아, 이를 ‘블랙마켓’이라 부른다.

  따라서 우리는 청년거주 문제 해결을 위해 ‘임대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주장하고 있다. 안정적인 임대가 가능하다면 매매가 아닌 삶의 다른 가치들을 누릴 수 있다. 새둥지운동을 통해 임대시장 비율과 법제를 수정하기를 요구했지만, 건설업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미쳐 쉽지 않다.

  사회주택연맹에선 집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에 사회주택 건설과 주택 임대시장의 활성화를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다. 초반 운동 당시에는 사회주택이 전국 주택대비 0.03퍼센트 수준밖에 안됐다. 2014년 말 선거운동 당시 새둥지운동으로 사회주택 건설을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에게 약속받았다. 총통은 8년 간 20만 호를 짓겠단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전국 2~2.5퍼센트 규모다. 현재 약속대로 건축을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3000가구 정도 완공 예정이다.”

- 앞으로 사회주택추동연맹의 행보와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주택 추진, 협동주택 마련, 도시 계획 디자인 등에서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계획 중이다, 또한 정치인들을 계속 감시해 공약 실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속적으로 의제를 내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을 많이 들일 계획이다. 함께 노력해서 꼭 연맹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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