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의로운 복수
  복수했다. 3년 동안 바다 아래에 깊이 가라앉아 있던 304명의 분노와 억울함이 조금이지만, 드디어 풀렸다. 분노와 억울함이 향해있던 그 사람은 복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진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의 행위의무까지는 필요 없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세월호 사건이 탄핵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가끔 정의(正義)는 법률적 정의(定義) 위에 있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중략)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김이수‧이진성 헌법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정의를 설명했다. 법률적인 냉정한 판단이 아닌, 국가 지도자가 해야 하는 당위를 보여줬다. 복수와 정의가 합쳐져 정의로운 복수가 완성됐다.

#2 2017년 4월 16일
  지금까지는 복수하지 못한 것이 억울해서 올라오지 못했던 걸까. 304명의 분노와 억울함을 머금고 1000일 넘게 꿈쩍도 하지 않던 차가운 쇳덩이는 기지개를 켜며 크고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힘들고 버거웠다. 하지만 아직 많은 것이 남아있다. 미수습자 9명을 찾아야 한다. 3년 동안 찾지 못한 진실도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시간이 고됐지만, 지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꽃이 폈다. 거리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개나리, 벚꽃으로 덮여간다. 그리고 4월 16일이 오고 있다. 겨우내 꽃피울 준비를 하고 거리를 뒤덮은 꽃처럼 그날의 아픈 기억이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다.

  꽃은 진다. 저마다의 색깔과 멋을 자랑하던 꽃은 떨어지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4월 16일은 져서는 안 된다. 거리를 뒤엎었다 지는 꽃처럼 저물지 말고, 그날의 아픈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방 한 쪽에 노란 돛단배가 달려있다. 기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지만 큰 행위를 계속 할 것이다.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살아난 정의(正義)를 지켜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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