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대출금 6억 원을 갚은 최순실’, ‘정유라, 이대 면접 때 노랑머리 염색·짙은 화장에 태도 불량’. 4월 7일, 중앙일보가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한 기사 헤드라인 중 일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 대한 보도 대신, 당사자들의 사생활과 과거를 캐내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조영수 민주언론시민연합(이사장=고승우, 민언련) 협동사무처장은 언론이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지키도록 국민이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를 출범하고 언론을 감시하겠다는 민언련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언론에 어떤 개혁을 제시할까.

▲ 7일 오전 11시 경, 여의도 KBS 신관 내에서 KBS스페셜 방송 불방에 대한 피켓팅이 진행됐다.

- 2017대선미디어감시연대는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인가
  
“언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신문, 방송, 종합편성채널(종편) 등 주요 언론사 보도만 모니터링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뉴시스, 연합뉴스 등 통신사와 각 언론사 페이스북 페이지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 모니터링은 현재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주로 스마트폰과 개인 PC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만큼, 뉴스 전달 과정과 방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지켜보고 있다. 민언련 홈페이지 하단 ‘촛불 시민의 눈으로 대선보도 감시하겠습니다’ 배너를 통해 세분된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언론 모니터링은 문제 있는 언론과 포탈에 쏠 ‘총알’을 만드는 작업이다.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있는 언론사, 포털 사이트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거나, 시민들에게 결과를 알려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실질적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

 

- 소위 ‘언론장악방지법안’이 발의돼 있다. 해당 법안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력은 늘 언론을 장악하려는 속성이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만 나오게 하려는 유혹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제도적 장치 마련을 들 수 있다. 제도는 권력으로부터의 간섭, 통제를 막는 최소한의 방어책이다.

  20대 국회에 소위 ‘언론장악방지법’이 계류 중이다.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칭하는 것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이라고도 불린다. 언론장악방지법이 통과된다면 KBS, MBC 등 공영방송이 처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공영방송 KBS는 이사회 선임에 대한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 이사회에 대한 규정은 정수만 정해져 있지 선임 방식 등은 따로 법제화돼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청와대·여권 측에서 7명을, 야권 측에서 4명을 추천하는 7:4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는 추천을 받은 이사들이 야권과 여권을 막론하고 국회나 청와대의 눈치를 보거나 입장을 관철하려는 상황을 만든다.

  이에 민언련은 정권에 독립된 ‘중간지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의석수를 바탕으로 각 정당이 10명을 추천하고, 기자·PD 등 내부 구성원 3명을 추가해 총 13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3명이 외부 압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을 보호하는 중간지대 역할을 수행하며,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이다.

  MBC의 경우 노사 간 합의를 통해 편성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사실상 무력화됐다. 단체협약을 통해 조성한 위원회를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현재의 편성위원회는 인위적인 기구다. 법적인 효력을 갖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와 사측 위원을 동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민언련의 주장이다.

  민언련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언론장악방지법이 최선의 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사회·사장 선출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갖는 권한 분산, 합의정신 제고라는 큰 취지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개정안 발의 시점이 작년 7월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이어서 당시 여당을 설득하기 위해 양보한 지점도 존재한다. 현시점에선 한층 강력한 수준의 언론 자유 보장을 위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 종편에 주어진 과제는
  
“6년 차를 맞은 종편에게 심각한 왜곡·편파보도와 지나치게 높은 시사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시정할 과제가 주어졌다. 방송은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전달되고, 그 영향력 또한 신문보다 더 크다. 따라서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방송에 더 많은 규제가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종편 채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왜곡·편파보도가 이어지며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TV조선의 경우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탈락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출연진에 대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번이라도 제재를 받은 진행자와 패널의 출연을 정지시키고, 한 프로그램에서 3번 제재를 받으면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겠다는 개선안이다.

  편성비율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 법에 따르면 종편은 드라마, 연예, 오락, 정치, 뉴스 등 모든 프로그램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KBS·MBC를 생각해보면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 프로그램이 최대 40%까지도 차지한다. 시사프로그램은 낮은 제작비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종편이 출범할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인 만큼, 일차적으로 시정이 필요하다.

 

- 대선 정국 속 언론은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
  
“최근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긴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줄지어 보도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 후보가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 전제에 대한 설명은 충분치 않다. 심지어 어느 정당 후보인지도 누락한 채 ‘문재인 대 안철수’에 대한 답변만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이 존재한다는 맥락을 배제한 여론조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라 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은 언론이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도 뛰고 있기에 발생한다. 현재 한국 언론은 ‘후보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또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언론의 최우선 가치인 공정성과 객관성은 희미해지고, 영향력과 사세를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선거철을 앞두고 사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대신, 보도에서는 객관성을 유지한다. 독자는 해당 언론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며 기사를 읽는다.

  우리나라 언론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사를 읽어보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알 수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언론은 객관적인 편’이란 인식을 깔고 있다. 언론이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있지만, 독자는 이 사실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며 소비하게 된다.

 

- 언론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는가
  
“1970년대 독재정권 시절부터 보수언론은 친정부·반민주 보도를 해왔다. 반년동안 이들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는 점을 들어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동안 보수언론이 걸어 온 행보를 고려한다면 한 번 정권을 비판했다고 해서 용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한 상황에서 10년간 대다수 국민이 ‘언론도 공범’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언론은 장악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는 철학을 새겨야 한다.

  민언련은 차기 정권에 3가지 정책을 제시한다. 1순위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이사회 구성 다양화, 2순위는 언론사 내 독립성과 공적인 책무 강화를 위한 노사동수편성위원회 구성 등, 3순위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민주적·효율적 개선이다. 방통위는 현재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 마음대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방통위를 해체한 뒤 명실상부한 방송통제진흥기관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운영 과정에서의 민주성과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 정권의 언론 장악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언론인 명예회복과 복직, 언론 탄압 진상규명도 우선순위 과제다.”

 

- 20대에게 전할 메시지는
  
“꼭 투표에 참여해 달라. 덧붙여, 맹목적 지지와 신뢰가 가장 무서운 것임을 염두하고 언론을 바라봐야 한다. TV조선이든 JTBC든, 한겨레든, 조선일보이든, 모든 언론에 대해 항상 비판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옷을 살 때는 여러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언론을 소비할 때는 판단하지 않는다. 언론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몫은 결국 시민에게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글 |이민준 기자 lionking@
사진 |심동일 기자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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