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대응하면서도 교육의 질 높여야’
‘학령인구 감소 대응하면서도 교육의 질 높여야’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7.04.10 0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인터뷰

  박근혜 정권 5년간, 대학가는 구조조정의 물살에 휩쓸렸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재정지원사업을 내걸었고, 대학당국은 재정지원을 받는 것에만 집중했다. 구조조정의 거센 물결은 그대로 학생들을 덮쳤다. 2015년 중앙대에서 학생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본부 측의 학부 학사구조 개편에 대해 ‘대학본부의 소통 없는 구조조정 반대’를 외쳤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투명하지도 않았다. 2016년 7월에는 이화여대가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과 재정지원에서 특혜를 받은 것이 알려지며 교육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대학구조조정, 어떤 방안이 필요할까.

 

- 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조정을 평가한다면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 당시 대학구조조정이 부실대학 퇴출을 기조로 진행되자 ‘지방대학 죽이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박근혜 정권은 수도권과 지방을 고르게 조정하는 기조 하에 대학구조개편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방식은 그대로 ‘줄 세우기’였다. 1주기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4년제 기준 서울지역 대학 중 74%는 A, B등급을 받았으나, 지방대학의 68%는 C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 이는 지방대학의 대규모 인원 감축으로 이어졌다. 수치를 살펴보면, 2013년 대비 2016년 대학·전문대학 입학 정원은 7.8%인 4만 2391명이 감소했는데, 이 중 77.9%를 지방대학에서 감축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의 구조조정은 지방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지방대학의 퇴출은 지방 도시 붕괴로 이어진다. 수도권은 대학이 지나치게 몰려 있어 문제라고 하지만, 지방에서 대학은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특정 도시에서 중추 역할을 맡던 대학이 퇴출된다면, 이는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리며 붕괴를 가속시킨다. 차기 정권은 수도권과 지방에서 고르게 인원을 감축하면서 지방 경제를 함께 고려해 정책을 짜야 한다.”

 

- 박근혜 정권의 대학구조조정이 현재진행형인데
  
“3월 9일 교육부가 2주기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1단계로 자율개선대학을 선정해 정원감축 없이 개선을 요구하고, 2단계에선 단계적으로 정원감축 및 퇴출을 유도하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원감축·퇴출이 이뤄지는 2단계 평가에서 지방대가 다수 포함될 것이다. 결국 줄 세우기식 구조조정으로 회귀한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대학의 질적 발전과 대학 간 통폐합 활성화를 내세웠으나, 실현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1단계에서 선정된 자율개선대학은 재정지원사업 연계를 바탕으로 연구, 교육 분야에서 특성화를 선택한다. 그러나 종합대학이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원 감축 없는 특성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학 간 통폐합 활성화 정책은 실질적으로 국공립대학만 대상으로 하는 방안이다. 재단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 간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대학이 연합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국공립대학 통폐합이 진행된다면 과거 사례를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차원에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총 18개의 국립대학을 9개로 통폐합한 전례가 있는데, 당시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을 통해 캠퍼스별 특성화를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대학이 흡수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무조건적인 정원감축만을 목표로 하는 현 상황에서 통폐합 이후 특성화 전략까지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 대학구조개편의 초점은 무엇이 돼야 하는가
  
“‘인구절벽’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지방의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팽창된 대학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정원감축과 동시에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이미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학생을 받고 있다. 등록금 벌이에만 집중하다보니, 재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인원을 감축한다면 강의실, 전임교수 부족 등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편을 주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정책 방향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인원감축을 최우선 목표로 정한 채 대학 정원을 줄이는 데에 급급하고 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것이다. 인원감축이라는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줄 세우기식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동안 지방대학과 도시기반은 함께 무너지고 있다.

  대학구조개편에 대한 교육부의 기조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줄 세우기식 대학 평가를 멈추고, 전체 대학의 고른 발전을 제1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고른 발전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면 과팽창된 수도권 주요 대학의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으며, 지방의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 대선주자들의 대학 정책 공약을 평가한다면
  
“이재명 성남시장이 사립대학 개혁에 대해 언급했다. 경선에서 탈락했지만 사립학교재단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전체 대학 중 80%가 사립대학인 점을 고려할 때, 사립대학 개혁은 대학의 질적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재단에 대한 문제 인식과 구체적인 개혁 방안 제시가 과제로 남을 것이다.

  안희정 충청남도 도지사가 제시한 국공립대학 무상 등록금 정책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상등록금을 의제로 꺼낸 것은 긍정적이었으나, 사립대학 등록금에 대한 정책이 없었다. 전체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인 점을 고려할 때, 등록금이라는 큰 문제를 다루기에는 미흡한 방안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강력하게 주장 중인 교육부 폐지에는 반대한다. 정유라 입시 비리, 이화여대 재정지원 특혜 등 교육부의 신뢰가 바닥이긴 하지만, 안 후보가 교육부를 대체하기 위해 제시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역할에 의문이 든다. 현재 핀란드가 국교위를 운영 중인데, 핀란드에서의 교육 정책은 정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정계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철학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있어서다. 하지만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도 뒤바뀌는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지나친 정쟁으로 인해 건설적인 교육정책이 나올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논의’가 필요한 위원회에서 ‘논쟁’만 벌이다 끝나지 않을까.”

 

- 차기 정권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봐야 한다. 후보들이 속속 대학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학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좁다. 등록금, 대학구조개편 등 큰 문제들이 곪아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입시정책 등 대학의 관문을 건드리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대학 정책을 설계할 때 대학의 공공성 강화, 정부·재단의 책임 확대, 대학 서열화 폐지 등 근본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시각이 필요하다. 총장 선출 제도 개선, 대학평의원회의 위상과 역할 강화, 대학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 확대, 대학 구성원 자치기구 법제화를 차기 정권에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립대학이 이사회의 전횡에 휘둘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립대학 내의 견제 장치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시작으로 포괄적인 대학구조개편이 진행돼야 한다.”

 

글 | 이민준 기자 lionking@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