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 개선 시급해'
'군인권 개선 시급해'
  • 김민준 기자
  • 승인 2017.04.10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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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정부 병영 혁신 정책 토론회

  윤승주 일병 사망 사건 3주기. 그간 군대는 꾸준히 병역 문제를 노출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마련돼 있지 않다. 군사재판의 재판권과 수사권은 모두 군사당국이 갖고 있어 중립성 보장이 어렵다. 급여는 병장 기준 월 21만 6천 원으로 장병 복지도 취약하다. 군대 내 응급의료시설 또한 민간의료시설에 비해 턱 없이 열약하다.

  이에 지난 6일 ‘차기 정부 병영 혁신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로 출범한다. 따라서 이번 토론회는 차기 정부의 임기 시작 전에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병역 정책 모델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故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가 토론회 환영사를 맡았다. 안미자 씨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가혹행위가 벌어지게 된 건 군대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며 “이 나라의 장병들에게 더 이상 참혹한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참석했다”고 아픔을 눌러 말했다.

 

군사법체계 군인 고유 영역으로 축소해야
  
김정민 변호사는 병역 부조리의 원인으로 군사법체계 문제를 꼽았다. 현재 군사법원은 헌법 110조에 따라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한 특수법원으로서 군인과 군범죄를 다루는 군대 내 사법 기관이다. 김정민 변호사는 “재판권과 수사권이 모두 군사당국에게 맡겨져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윤승주 일병 사망 사건에서의 경우 부검부터 기소까지의 전 과정을 국방부 차원에서 진행했고, 윤 일병의 유가족은 부검감정서와 공소장을 확인할 수 없었다. 김 변호사는 “수사결과가 올바르다고 하더라도 폐쇄적인 수사와 재판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기존의 수사 및 재판 방식에 구조적 한계가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군사법원이 신분적 재판권을 행사하는 점을 지적했다. 군사법원이 신분적 재판권을 행사한다는 건 군인뿐 아니라 예비군과 사관생도 등 군 관련자들도 재판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군사법원이 군 관련자를 대상으로 일반법에 기반한 재판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정민 변호사는 전투는 군인에게 맡기고 재판은 판사가 담당하는 원칙을 준수해야한다는 소견을 밝혔다. 더불어 현행 군사법체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군사재판은 군법회의이며 군법회의란 군형법을 다루는 회의”라며 “차기 정부에서는 군사법원의 재판권과 수사권을 군형법이라는 군인 고유의 영역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육성철 군인권팀장도 업무 경험을 통해 현행 군사법체계의 문제를 지적했다. 육성철 팀장은 “현장 조사를 갔던 부대에는 최소한의 법학 지식을 갖춘 재판관은 한 명뿐 이었다”며 “대학에서 항공법을 수강한 경험으로 군사법원 재판관이 되는 것이 현장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료 체계 민간 영역으로 이양해 서비스 접근성 높여야
  
차기 정부에서는 군대 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군대에서 당뇨증 증상을 보였으나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故 이 훈련병 사건, 건강검진을 잘못 받아 종양치료가 7개월 지연된 강 병장 사건 등 지난 5년간 의료 사고가 이어져서다. 김대희(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군대 의료 문제의 원인으로 △이탈 병력에 대한 대체인력 부족 △영국식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체계 고수 △군과 민간 사이의 의료자원 중복을 꼽았다.

  그 동안 군대 내에서 문제 개선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있기는 했다. 토론회와 청문회가 수 차례 진행됐으며 군의료체계 개선 특별위원회가 의료 문제를 전담하기도 했다. 김대희 교수는 이러한 노력이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제껏 군 의료는 의료 인력과 시설을 충원하는 방식으로 공급자 측면에서 개선하려 했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병의 입장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희 교수는 군 의료체계를 민간 영역으로 이양해 건강보험 체계 내로 편입시키는 정책을 제안했다. 군의관이 부대의 주치의로서 역할하는 NHS 시스템을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장병들이 외출증을 쓰고 나와 민간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며 “의료급여제도를 활용한다면 군인들의 본인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캠프·심상정캠프, ‘군인권 10대 공약’ 모두 수용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군인권센터는 병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군인권 10대 공약’을 제안했다. 병사 월급 최저임금 3분의1 수준 인상, 국군장병 건강권 강화 등 장병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이 주요 골자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그간 군인권센터에서는 장병들이 열약한 환경에서 생활한 사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병사들의 존엄을 위해 병역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대선캠프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해 ‘군인권 10대 공약’에 대한 캠프의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국회의원은 △보직 실명제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부활 △여군 보직 제한 폐지 등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고, △군사법 민간이양과 △직업군인 계급 정년 단계적 폐지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군인권센터가 제시한 10개 요구사항은 이미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수용돼 있거나, 전략적으로 검토해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문재인 대선캠프와 당 전체가 군인권 개선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도 정의당 심상정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 참석해 군인권센터가 제안한 10개 공약을 전부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병사에 대한 경제적 처우 개선과 평시 군사법원 설치는 정의당의 군 개혁 방안에 포함돼 있다. 노 의원은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도 향후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할 생각”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대에서 국민의 생명이 정당한 사유 없이 희생되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다”고 전했다.

 

글│김민준 기자 i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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