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관심 넘어 모두를 위한 보살핌으로
단순한 관심 넘어 모두를 위한 보살핌으로
  • 김해인 기자
  • 승인 2017.05.08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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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내의 길고양이는 언제부턴가 자연스런 학내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단체는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캠퍼스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교에도 학내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학생단체 ‘고려대 고양이 쉼터’(회장=정희영, 고고쉼)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 급식, 쉼터 설치, TNR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과도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캠퍼스를 돌아다닌다.

▲ 취재 | 김해인 기자 in@그래픽 | 김시언 기자 sean@취재협조, 사진제공 | 고려대 고양이 쉼터

위험에 빠진 길고양이
  길고양이는 보호자가 없어 동물 혐오자의 학대에서 안전하지 않다. 고양이를 때리려 한다는 제보도 흔히 있는 일이다. 1월 4일 숭례초등학교 주변 버스장류장 앞 차도에서 고양이 ‘빙이’가 피를 흘리며 한 쪽 방향으로 빙빙 도는 상태로 발견됐다. 전문가는 사람이 고의로 공격해 안구가 빠지고 뇌와 중추신경계를 다쳐 계속 오른쪽으로 빙빙 도는 증세라고 진단했다. 이혜수(사범대 교육16) 씨와 김선우(사범대 국교15) 씨가 구조한 후 고고쉼이 모금을 도와 치료를 했지만,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학대범은 대부분 고양이가 발정기간에 내는 울음소리,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서 나는 냄새를 이유로 학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때론 주인이 없는 연약한 존재라서 단순히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이소연 팀장은 “동물학대범이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이유는 눈빛이 재수 없어서, 밤길이 무서워서와 같이 굉장히 주관적이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고쉼은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캠퍼스 안에서 고양이와 함께 공존할 수 있도록 급식소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놓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급식소를 눈에 띄는 곳에 두면 학대의 위험이 있는데다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피해이기 때문이다. 서울캠 인문사회계캠퍼스의 ‘다람쥐길’의 급식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사람들의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은 오히려 길고양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기에 밀고 당기는 ‘밀당’ 관계를 적당히 유지해야 한다. 길고양이가 사람을 밥을 주고 사랑을 주는 좋은 존재로 인지하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져 학대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사람을 따라가다 차에 치이는 등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이에 이미 친화된 고양이는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길고양이를 의도적으로 길들이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연 팀장은 “입양해서 책임질 것이 아니라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해진 사료 이외의 간식도 길고양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 길고양이는 구강 관리가 안 되다 보니 구강염의 위험이 있어서다. 고고쉼 최미루 홍보국장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유명한 간식 등을 무작정 길고양이들에게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단체의 협업이 필요해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방안은 ‘TNR(Trap-Neuter-Return)’ 사업으로, 학내에서는 학생자치단체와 동물보호단체와의 협업으로 시행되고 있다. TNR은 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한 후 다시 놓아주는 사업이다. 번식 속도가 빠른 고양이의 개체 수를 조절하고, 발정 기간에 내는 울음소리로 유발되는 학대와 미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성병을 예방하고, 수많은 임신과 출산으로 병드는 암컷 고양이를 지켜낼 수도 있다.

  영국에서 맨 처음 시작한 이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본래의 취지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받는다. 고양이와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가 본래의 영역에서 살아가게끔 어느 정도의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사후관리가 거의 안 되고 있다. 이소연 팀장은 “단순히 중성화 수술을 한 것이 공존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그나마 다행인 건 대학 내 길고양이는 돌봐주던 학생들이 있어 이를 감안해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단체는 학생 자치단체인데다가 단독으로 활동하고 있어 재정 부족과 길고양이 생태 습성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대학 길고양이 돌봄사업’을 통해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단체에게 교육과 재정지원, 더 나아가 대학 간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있다. 

  TNR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학교의 협조와 협업은 간절하다. 게다가 소음문제는 면학 분위기로 이어져 학교가 해야 할 민원사항 중 하나다. 고고쉼은 2016년 11월, 올해 3월 카라와 협업해 본교에서 TNR 사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본교가 협조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TNR 사업을 위해 설치해야 하는 통덫의 무게가 상당해 차량 통행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정책팀 한혁 활동가는 “통덫의 무게만 4.5kg이고, 고양이가 들어가면 10kg 가까이 될 정도라 학생들이 옮기면서 작업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며 “소음문제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는 학내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므로 차량통행을 허가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년 12월에 3회를 맞이한 일본의 ‘대학 고양이 심포지엄’을 본받아야 할 필요도 있다. 심포지엄에는 학교 측 관계자도 참여해 길고양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학내 구성원에게 홍보할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카라 한혁 활동가는 “이번이 처음 진행한 TNR 사업이었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고고쉼이 급식소 관리를 깔끔하게 하고, 학내 구성원 모두를 위한 활동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을 시작으로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문화와 시민의식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도 있다. 그는 “단순히 소음 발생을 억제한다는 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도시생태환경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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