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았던 칭찬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냐고요?”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무엇이라고 답해야 할까, 나에 대한 질문인데 이상하게 어려웠다. 어떻게 인터뷰를 끝마치고 카페에서 나왔다. 수십 번의 인터뷰를 해봤지만 인터뷰 대상이 된 적은 처음이라 기분이 묘했다. 나에 대해 말할수록 반대로 내가 나를 알아가는 것 같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엔 장난스러운 고민을 진지하게 상담해주는 나미야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어느 날 한 꼬마가 그에게 학교 시험에서 백점을 맞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자신에 관한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부탁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우리가 꼬마처럼 시험을 본다면 백점을 맞을 수 있을까. 미리 밝히지만 난 자신 없다.

  지난 2월,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층 희망일자리-취업일자리 일치 및 고용유지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이 희망하는 직종에 실제로 취업하는 경우는 37.4%에 불과했다. 9급 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매년 사상 최다치를 경신 중이다. 경쟁 때문에, 이리저리 치여, 정신없이 살아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나’란 존재는 더 복잡해져 가는데 정작 우리는 자신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제대로 된 고민의 시간도 없이 ‘나’란 도자기를 빚지는 않나. 만들고 싶은 것이 찻잔인지 접시인지, 다 만들고 난 이후엔 너무 늦을지 모른다.

  지난 25일, 취재차 킨텍스에서 열린 게임 콘서트를 찾았다. 거기서 유명 게임사의 인사팀장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전 원래 마케팅팀으로 지원했어요. 그런데 저한테 인사팀에서 일하라고 하더라고요. 이력서를 보니 제가 해왔던 활동이 인사에 적합했던 거죠. 전 경영학과니까 당연히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화장품 판매를 했을 때 하나도 팔지 못할 정도로 마케팅엔 꽝이었죠. 만약 마케팅을 했다면 지금처럼 잘 해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축제가 지나고, 벌써 이번 학기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어느새 다음 주면 고대신문도 종간을 맞는다. 곧 있으면 시작될 여름방학. 아르바이트와 스펙으로 모두에게 바쁠 방학이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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