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50대 남성이 70대 어머니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일이 일어났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범행 1년 3개월이 지난 후에서야 범인 채 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엄마를 보내드리고 싶다,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말하며.

  친할머니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치매를 앓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 정도의 증상이었지만 점점 심해졌다. 가끔은 할머니의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자다가 문을 열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 멍하니 길에 서 계시기도 했다. 결국 나도 기억하지 못하신다. 처음엔 내 얼굴을 보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이고, 왔어?’ 이러시다가 이젠 내 이름과 얼굴조차 까먹으셨다.

  할머니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고 같이 사는 할아버지마저 몸이 안 좋아지자 따로 살던 우리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됐다. 어렸을 때라면 같이 사는 것이 마냥 좋았을 테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할머니가 혹여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으실까 조마조마하며 항상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똥오줌을 못 가려 화장실이 아닌 이불, 거실, 부엌에서 사고가 터지면 그걸 치우는 건 항상 부모님의 몫이었다. 결국 할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마저 우리에겐 부담이 됐다. 간병인, 병원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모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왠지 모를 동정심이 생긴다. 병수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극단적 선택을 할 때의 심정, 그리고 그 후에 밀려왔을 후회까지 모든 마음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강력히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 가족이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치매 등급 제도 확대, 건강보험 본인부담률 축소 등의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점이 반갑기만 하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오랜 기간 병수발을 들면 결국 자식도 지쳐버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정말 옛날 옛적에만 해당되는 말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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