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태우 기자 god@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취임 엿새 만에 발표한 노후 화력발전소 ‘셧다운’ 조치는 미세먼지 대책인 동시에 ‘J노믹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에너지 정책과 연계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석탄과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겠단 공약을 내세웠다. 전체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4.7%에서 2030년까지 2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5월 25일 한국수소및신에너지학회, 한국수소산업협회,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은 ‘지자체간 연계를 통한 수소사회 진입전략’을 주제로 신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수소경제사회 이행을 모색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세계가 주목한 수소경제사회
  수소경제사회란 에너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수소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말한다. 수소생산·저장·이송·활용 등이 사회전반에 걸쳐 구축된 경제시스템을 의미한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그의 저서 <수소경제>에서 “수소가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자원이고,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수소경제사회가 탄소사회의 대안이자 종말이라는 것이다.

  2015년 12월 12일 신기후체제를 알린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은 수소경제사회 이행에 기폭제가 됐다. 세계 각국은 목표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재생에너지인 수소에너지에 주목했다. 학술대회 기조발제에 나선 일본 물질재료연구소(NIMS) 니시무라 치카시(ニシムラ チカシ) 박사는 “2014년 경제산업성에선 2025년 도쿄올림픽까지 수소사회 진입을 목표로 ‘수소-연료전지 전략로드맵’을 마련했다”며 “2017년 5월 기준 주택용 연료전지 에너팜(Ene-Farm)’ 20만대와 수소충전소 90기를 보급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신차 판매 중 수소자동차 비율을 27%로, 독일은 2030년까지 25%로 끌어올리는 보급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해당 수치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세계 수소자동차 비율인 2030년 1.8%, 2050년 17.7% 보다 높아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소경제사회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이 엿보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종원 책임연구원은 “2017년 1월 17일 다보스 포럼에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가 신설됐다”며 “수소사회를 가속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지자체의 움직임
  한국도 파리협약 이후 수소경제사회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지자체별 수소사회 준비가 주목할 만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2015년 12월 ‘수소차 보급 및 시장활성화 계획’을 발표했고, 2016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계획들이 지자체별로 지역적 특성에 맞게 수소경제사회로의 이행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한다.

  울산은 기존의 산업공단을 활용한 ‘에너지 허브 프로젝트(E-HUB Projet)’를 제시했다. 울산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과 울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2022년까지 수소자동차 누적 1만대 보급에 나선다. 또 2013년부터 운영 중인 세계 최대 ‘수소타운’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소타운이란 울산의 석유화학공단에서 발생한 부생수소(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는 수소)를 활용해 발전(發電)한 가정용 연료전지로 생활하는 시범단지다. 울산테크노파크 미래에너지연구센터 우항수 센터장은 “중단기적으로 수소 배관망 설치 등 수소 인프라 구축을 시작으로 2022년 한국을 대표하는 수소 산업도시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은 수소연구와 수소충전에 집중한 수소사회를 제안했다. 대전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카이스트를 비롯한 19개 대학, 400여개의 기업부설연구소 등 수소 산업관련 연구시설이 모여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6월부터 수소인프라 신뢰성센터 건립을 추진해 수소생산·저장·이송 등 수소 인프라에 요구되는 소재·설비의 시험평가와 표준화를 전담할 예정이다. 또 교통과 물류의 중심인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대량 수소저장과 수송에 대비한 수소액화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전광역시 에너지산업과 한종탁 사무관은 “세종시에 위치한 중앙부처와 협력해 내년까지 43억원을 들여 수소차, 수소버스, 수소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관된 정부정책과 사회적수용성 필요
  수소경제사회 실현을 위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수소경제사회를 이끌 컨트롤타워 구축과 수소 관련법 제정을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합동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수소자동차 1만대와 수소충전소 100기를 보급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문제는 올해 2월, 국토교통부가 2025년까지 민간투자를 활용해 친환경 차량을 위한 복합충전휴게소 200곳 설치 계획을 밝힌 것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종원 책임연구원은 “부처별로 수소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부처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수소 관련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를 서둘러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수소경제사회 이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소법 제정도 요청됐다. 수소사회로 가기 위해선 수소충전소를 확충해야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 비중을 두고,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경제사회 진전에 핵심장치지만 보급을 지원해줄 제도가 없다. 포스코 에너지 이태원 CTO는 “수소법 제정과 관련법 개정은 정부의 지속적인 수소사회 건설 의지를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신행정부가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구상 중인 현재 수소 관련법 제정을 요청해야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 사회적 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수소에너지’하면 ‘수소폭탄’을 떠올리는 인식 때문이다. 2013년 국가 주도로 진행한 수소 공급을 위한 천연가스 개질 기술 사업이 지역주민의 안전문제 제기로 취소됐다. 일본의 경우 2014년 ‘수소에너지 백서’를 발간해 사회적 수용성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대대적인 수소에너지 인식개선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월간 <수소경제> 장성혁 편집국장은 “독일과 일본은 수소에너지에 대한 대국민 의식조사를 먼저 한 후 수소경제사회 전략을 모색했다”며, “한국도 단순 홍보자료 배포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관련 단체 간 협의체를 꾸려 전략적인 국민 인식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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