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 이미지 출처 | 하스스톤

  “어서 와요! 꽤 보고 싶었다고요!” 하스스톤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여관주인’의 나레이션이 유저들을 반긴다. 2015년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던 하스스톤의 나레이션인 여관주인은 게임의 진행자로 게임 내내 걸걸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알린다. 여관주인의 목소리 주인공 이장원(남·47) 성우는 덩치 좋은 여관주인과 이미지도 비슷하다. 그는 리그오브레전드(LOL)의 ‘그라가스’, 디아블로3의 ‘아즈모단’ 등 다양한 게임에서 덩치 캐릭터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뽐냈고, 영화 겨울왕국의 ‘올라프’로 반전 목소리를 선보인 20년차 베테랑 성우다.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장원 성우를 5월 30일 상암동에서 만났다.

- 하스스톤에서 여관주인으로 인기가 많았어요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여관주인이라 이 정도의 녹음만 있을 줄 알았어요. 첫날 녹음하는데 대본이 너무 두꺼운 거예요. 알고 봤더니 여관주인이 전체적인 게임을 진행하는 나레이션이었던 거예요. 녹음하면서 걸걸한 목소리를 내려고 계속 목을 긁으며 지르니까 쉽지 않더라고요. 원래 녹음이 한 번 해서 끝나지 않잖아요.

  그랬던 여관주인이 유저들한테 인기가 많아질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인기가 있단 걸 나중에야 알았어요. 하스스톤은 10대, 20대의 젊은 층이 많이 하는데, 주변에 젊은 친구들이 없어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하스스톤 CM송도 불렀는데 그것도 많이들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회사 동생이 유튜브 댓글 봤냐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녹음할 때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이 불렀어요.”

- 게임 녹음은 다른 녹음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게임 캐릭터는 싸우는 동작들이 많아서 특히 소리를 더 많이 질러요. 그래서 더 힘들죠. 안 싸우는 게임이 거의 없잖아요. 애니메이션은 하루에 3~4편 녹음을 할 수 있는데, 게임은 1시간 하면 끝이에요. 목이 아파서 더 할 수가 없거든요.

  그 외에도 순발력도 필요한 편이에요. PD들도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지 않고 ‘살짝 바꿔볼게요’ 이렇게만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만으로 PD가 원하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죠. 그때 센스, 순발력이 발휘되는 거예요. 특히 게임은 앞뒤 스토리 전개상황 없이 녹음하는 경우가 많아 더 그런 측면이 있어요.”

- 원래 목소리가 지금처럼 굵고 낮았나요
  “지금처럼 굵고 걸걸한 목소린 아녔죠. 예전에 학교에서 합창단 4명을 뽑았는데 지원했을 때에 전 베이스가 아녔어요. 바리톤과 테너의 중간 정도였죠. 그런데 합창단에선 베이스가 필요했고, 제가 제일 음이 많이 내려가니까 저에게 베이스를 시켰어요. 뭐 어째요. 울며 겨자 먹기로 베이스를 했죠. 그러면서 목소리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 성우는 목소리가 좋아야만 할 수 있나요
  “전혀 아니에요. 성우도 연기자와 똑같다고 보면 돼요. 단지 우리는 목으로 표현한다는 거죠. 같은 연기의 하나에요. 실제로 성우 시험을 볼 때도 연기시험을 봐요. 목소리만 좋다고 성우를 할 수는 없어요. 연기를 못하면 떨어지죠. 그리고 시대마다 시장에서 원하는 성우상이 달라지기도 해요. 옛날이었으면 저 같은 목소리는 성우를 못했을 거예요. 최근엔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시대다 보니 저 같은 목소리도 성우를 할 수 있죠.

  더구나 이제는 이미지에 맞게 배역을 줘요. 자꾸 뚱뚱한 캐릭터만 배역으로 들어오니까 하루는 부장께 따진 적이 있어요. 그러자 부장이 몸집이 다르면 호흡 즉, 숨 쉬는 게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이에요. 그 정도로 최근엔 섬세함을 신경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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