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윤홍기 씨

  본교 법학전문대학원 국제인권클리닉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섰다. 미얀마 짝퓨 주민들의 소송을 진행하기 위한 비용이 필요해서다. 한국 기업의 자원개발 사업으로 토지를 빼앗기다시피 한 짝퓨 주민들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의 참여로 224만원 가량의 후원금이 모였다.

  국제인권클리닉은 2013년 미얀마 국경 부근의 난민 마을에서 활동하다 짝퓨 이야기를 들었다. 2015년 대학원생 윤홍기(법학전문대학원) 씨는 그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지도교수, 변호사, 동기들과 짝퓨에 방문해 소송 위임장에 주민 서명을 받았다.

  한국 기업이 짝퓨 주민과 토지사용권 매수 계약을 맺은 과정이 문제였다. 주민들이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상황에서 공사가 시작됐고, 주민들은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상금은 1, 2년 치 생활비에 불과했다. 이에 국제인권클리닉은 짝퓨 주민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하지만 소송비용이 문제였다. 국내 현행법상 원고가 외국인이면 소송비용 전액을 담보금으로 미리 지불해야 한다. 소송이 3심까지 진행될 경우를 고려해 총 2500만원의 담보금이 필요했다. “다행히 국제인권활동 단체인 Open Society Foundations로부터 2만불(당시 한화로 약 2340만원)을 지원받았어요. 하지만 160만원 정도가 부족했어요. 그래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미얀마 주민들’이란 이름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하게 됐죠. 돈을 모으는 것만큼 소송을 알리는 것도 중요해 카카오의 스토리펀딩을 플랫폼으로 선택했고요.”

  스토리펀딩을 할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뻐하기도 전에 생각지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스토리펀딩 시작과 동시에 연재될 글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했고, 갖고 싶을 만한 리워드를 마련해야만 했다. “오히려 스토리펀딩 담당 PD와 미팅한 후가 더 힘들었어요. 굉장히 실무적이었거든요. 사람들이 클릭할 만큼 흥미로운 주제여야 했고, 후원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야 했죠. 특히 연재 글의 경우엔 법리적인 것을 모두 설명하기 보단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하게 최대한 요약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글을 보는 사람이 스크롤 몇 번 내린 후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쓰는 거죠.”

  펀딩 기간인 60일 동안 모인 224만원 가량의 후원금으로 담보금을 마련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소송은 중앙지방법원에 계류돼있다. 변호사 신분이 아니기에 국제인권클리닉 학생들이 도울 수 있는 활동은 여기서 끝이 났다. “스토리펀딩 댓글을 보면 ‘이딴 거 왜 하냐’, ‘너네 외국인 돕고 싶냐’ 등의 댓글이 많이 달렸어요. 하지만 인권에 국적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나라도 수탈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기업이 벌인 일이잖아요. 짝퓨 주민을 도운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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