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박주혜 기자 joohehe@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중단이 결정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시민들에게 확산됐고, 실제로 2011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서 실시한 ‘원자력국민인식조사’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은 66.2%에 달했다. 2010년도에 기록한 46.7%에서 급등한 수치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원전 구조상 시민들이 우려하는 대형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단언한다.

 

사고난 해외 원전과 구조부터 다른 한국 원전
 한국의 원전은 설계상 후쿠시마, 체르노빌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다. 한국의 경우 비등수형(BWR) 원자로가 아닌 가압수형 원자로인 가압경수로(PWR)와 가압중수로(PHWR)를 사용한다. 비등수형은 원자로 내부에서 바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어떤 원자로이건 냉각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노심용융(Meltdown)의 위험도 발생한다. 노심용융은 노심(Core) 냉각이 불충분한 상태가 지속될 때 노심이 녹는 최대의 위험 사고(중대사고)다. 김명현(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분열이 일어나면 우라늄이 두 조각나 방사능을 가진 핵분열 생성물(Fission product)이 발생돼 고체인 핵연료 안에 박혀있다”며 “정상 시에는 안전하게 관리되지만, 노심이 녹는 사고가 발생하면, 핵연료를 감싸고 있던 피복재가 파괴되고 액화된 핵연료에서 방사성 물질이 쉽게 방출된다”고 말했다. 가압경수로는 원자로의 냉각수로 증기발생기의 바깥쪽 물을 수증기로 만드는 방식이다. 냉각수와 터빈을 돌리는 발전용 물이 서로 달라 방사능이 외부로 노출될 위험도 없다. 원전 위쪽에 설치된 제어봉은 전력공급 중단 시에도 중력에 의해 작동한다. 원자로 노심 냉각 기능이 전력차단의 비상상태에서도 중단될 위험이 없는 것이다. 냉각수가 모자라는 경우를 대비한 비상 노심 냉각장치가 설치된다.

 체르노빌 원전은 감속재로 흑연을, 냉각재로 물을 사용한 흑연감속 비등경수 압력관형(RBMK) 구조다. 이 압력관형 구조는 냉각재인 물이 증발해도 흑연이 열을 흡수하지만 흑연으로 인해 핵분열이 중지되지 않는다. 출력 증가 시 자동적으로 원자로가 꺼지는 기능(자기제어성)이 없는 것이 이 원자로의 설계 상 가장 큰 결함이었다. 더욱이 체르노빌 원전은 원자로에 다중 방호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김명현 교수는 “만약의 경우 사고로 인해 노심 내의 방사성 물질이 새어 나오는 경우, 격납용기로 대기로의 누출 막을 수 있다”며 “하지만 체르노빌의 경우 격납용기가 없어 외부로 방출됐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에는 이 같은 위험요소들이 모두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가압경수로는 개발 초기부터 이런 상황에 잘 대비되어 있었다.

 

강화된 내진설계로 지진에도 안전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비롯한 세계 원전 국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모든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정부는 2018년 4월까지 내진설계에 적용되던 최대지반가속도를 0.2g(리히터 규모 6.5)에서 0.3g(리히터 규모 7.0)로 올려 구원전을 보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정호 지질연구센터장은 “이제까지 한국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다”며 “지진학자들마다 견해는 다르지만 한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대 지진의 세기는 대략 6.5에서 7.0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최대지반가속도를 올릴 경우 원전이 지진으로부터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안전과 김천겸 사무관은 “원전의 내진설계는 내진, 면진, 제진을 모두 고려해 설계한다”며 “최대지반가속도를 올릴 경우 세 가지를 구조적으로 활용해 설계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내진구조를 적용하면 철근의 두께, 콘크리트 양의 증가 등을 통해 건물 내력이 상승해 지진하중에 저항할 수 있다. 면진구조의 경우 건물 밑에 고무로 만든 원전용 면진장치를 덧대 지진의 진동 주기를 늘려 건물에 지진력이 약하게 전달되게 한다. 제진 구조는 충격을 흡수하는 댐퍼를 통해 건물의 진동을 저감시킨다. 원전 내진설계 전문가 조양희(인천대 건설환경공학전공) 교수는 “원전의 최대지반가속도를 0.3g로 올린 것은 5000년에서 1만 년 간격으로 일어날 희귀한 지진을 대비해 설계하는 정도”라며 “특히 원전은 손상돼도 외부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확률이 1000만분의 1의 정도로 안전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전의 내진설계는 교량, 댐, 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적용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설계다. 원전과 사회간접자본은 설계방법은 비슷해도 목표로 삼는 안전수준은 다르다. 조양희 교수는 “사회간접자본은 구조물만 내진설계를 하는 데 반해, 원전은 내부에 들어가는 모든 기기에 관해서도 내진설계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원전 내부의 안전관련 기기는 안전정지지진(SSE)의 발생 속에서도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도록 설계됐는지, 운전기준지진(OBE)의 영향에도 견딜 수 있는지 기기 내진 검증 후 사용이 허가된다.

 2013년엔 모든 원전에 지진자동정지시스템(ASTS: Automatic Seismic Trip System)을 구축해 지진의 단계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0.1g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를 수동정지하며, 0.18g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된다. 보조 건물 바닥에 설치된 4개의 센서가 지진을 감지하면 제어봉을 자유 낙하해 원전을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방식이다. 김천겸 사무관은 “원자로를 정지시킨단 것은 원자로 내의 핵분열을 멈춘다는 것”이라며 “핵분열을 멈출 시 핵분열로 인한 급격한 에너지가 방출되지 않아 원전이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후, 지진이나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갑작스런 전력 차단을 대비한 조치가 됐다. 비상디젤발전기(EDG)와 480V 축전지가 있으며, 비상 발전기의 고장에 대비하여 이동형 발전차도 갖추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원전은 계획부터 설계, 건설 모두 치밀하게 이뤄진다. 실제로 한국은 2012년 미국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에서 발표한 원자력발전 해외설계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김명현 교수는 “과거에는 쓰나미를 원전 설계에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반영한다”며 “과거에 비해 원전의 안전기준을 많이 올려 비싸진 만큼 안전성도 크게 증대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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