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상인들로 다시 활기찾는 충무로 인현시장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어렸을 때 시장에 가면 늘 살가운 소리가 들렸다. 행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외치는 노점상들의 소리, 붐비는 시장 거리를 가르는 자전거의 따르릉 소리, 동전을 쥐고 가격을 흥정하는 소리…. 그러나 그때 그 왁자지껄했던 시장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떠날 수 없는 옛 상인들만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한 지역의 번성을 보여주는 시장은 ‘전통’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면서 세월의 때가 묻어져 가고 있다.

  “제가 여기에 온 지 이미 9개월 됐어요.”
  “저는 작년 4월에 이 가게를 오픈했어요.”
  “저는 여기서 첫 개인 작업실을 갖게 됐어요.” 

  전통으로만 머물러 있던 시장의 역사가 청년들의 열정으로 다시금 흐르고 있다. 시장 내의 빈 점포에 청년 상인을 입주시키는 ‘청년상인 창업지원 사업’으로 청년들은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인현시장, 구로시장의 골목을 거닐면서 빛바랜 건물 안에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을 만났다.

 

이재원(여·29), 신대환(남·28) 청춘강정 공동대표

▲ 이재원(여·29), 신대환(남·28) 청춘강정 공동대표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 정감가는 전통시장 골목길 사이에 '젊음'을 더한 청년가게 '청춘강정'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Q: 어떻게 사업 아이템을 선정하셨나요?
A: 보통 전통 시장하면 닭강정 같은 먹을거리가 많은데, 인현시장에는 닭강정집이 없더라고요. 그러면 저희가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해서 닭강정집을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정말 편리한 것은 바쁠 때 재료가 부족하면 애타는데, 시장이다 보니 재료를 싸게 바로바로 구입할 수 있어요.

Q: 창업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
A: 저는 문화 기획하는 일을 했었어요. 그러다 작년 6월에 여기 입주했는데, 창업을 시작하는데 좋은 발판이 되는 것 같아요. 가게가 시장 안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손님이 찾아올 것인지, 이러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니까요.

 

유정명(남·31) 추억점빵 대표

▲ 유정명(남·31) 추억점빵 대표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 80, 90년대 동네 문방구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점빵'에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불량식품, 달고나와 전자오락기를 만날 수 있다.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Q: 구로시장에 입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제 취미가 옛날 제품을 모으는 거예요.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에 제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옛날 장난감이라는 걸 발견했어요. 추억이 담긴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자 이 가게를 만들게 됐어요. 그리고 전통 시장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제 상품들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Q: 창업을 고민하는 고대생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생각할 시간에 움직여라.” 이겁니다. 우리는 무슨 일은 하든 완벽한 계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우리가 계획을 짤 때 항상 장애물을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다 무수한 장애물에 부딪치는데, 차라리 어느 정도 계획이 잡혔을 때 장애물에 과감히 부딪치면서 해결해나가고 계획도 조금씩 밀고 나가는 것이 좋다고 봐요.

 

김민형(남·32) MKLW 대표

▲ 김민형(남·32) MKLW 대표

사진 | 이희영 기자 heezero@

▲ 가죽공방 'MKLW'에서 지갑부터 여권케이스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일일 체험으로 나만의 가죽 소품을 만들 수 있다.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Q: 인현시장이라는 공간이 창업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A: 저는 손님이 들끓는 번화가보다 시장같은 곳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곳 상인들도 부모님이 자식을 챙겨주듯이 정말 친절하세요.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서로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아요.

Q: 학교에서는 무슨 전공을 하셨나요?

A: 제 전공은 디자인이에요. 지금은 전공과 관련한 가죽공예를 업으로 삼고 있죠. 저는 무언가를 만들 때 집중하는 상태가 너무 좋아요. 정말 행운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글│심동일 기자 s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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