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박주혜 기자 joohehe@

 최근 컴퓨팅과 네트워킹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며 개인정보 유출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정보보호 기술이 개발됐다. 그중 최근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생체인식(Biometrics) 기술은 기존 패스워드를 대체할 차세대 정보보호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신체가 모두 정보인식의 도구로 사용되고,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나를 인증하는 수단이 된다.

 

내 몸의 모든 것이 열쇠

 생체인식 기술은 지문, 홍채, 심박 등 사람의 신체나 행동 중에서 신체고유특성을 가진 부분을 활용해 인증하는 기술이다. 생체인식 기술은 9·11테러 이후 신원 파악 부문에서 중요도가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미국은 2002년 국제표준화기구(ISO) 발족을 시작으로 전자여권 도입과 휴대폰에 생체인식 기술을 최초 도입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정보보호에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 또한 2001년 생체인식협의회(KBA)의 발족을 시작으로 연구를 계속해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생체인식 기술 중 가장 오래된 지문인식은 지문의 융선(지문 곡선)과 골과 같이 사람 고유의 지문 특징을 원본 데이터와 비교해 인식하는 기술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생성된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평생 변하지 않는다. 지문인식은 다른 생체인식 기술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안정성 면에서 우수해 많이 사용돼왔다. 실제로 2014년 국내바이오인식 제품 매출 동향에서 지문인식은 전체 매출액의 58%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문인식은 리더기의 센서판에 이물질이 묻거나 사고로 인해 지문이 손상돼 없어지면 인식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한 ‘이민지연병’이라고 불리는 무지문증에 걸린 사람의 경우 인식 기술의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보안기술확산팀 이새움 선임연구원은 “지문의 경우 다른 기술에 비해 쉽게 위·변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입력, 인식, 응용 부문으로 분류된다. 입력은 빛의 이용에 따라 광학적 센싱 방법과 비광학적 센싱 방법으로 나뉜다. 광학적 센싱은 고가의 프리즘(빛의 굴절 장치)을 이용해 지문의 전반사로 생긴 반사상으로 지문을 식별한다. 광학적 센싱은 정밀도가 좋아 이미지 획득과 유지·보수가 용이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광원 및 렌즈, CCD 카메라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소형화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엔 비광학적 센싱 중 정전용량형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정전용량형 방식은 전기의 전도 특성을 이용해 지문의 골과 융선의 정전용량을 측정한 후 이를 전기신호로 영상을 구현한다. 이때 반도체 공정을 도입하면 부피가 줄어 휴대성이 우수해진다. 애플을 비롯해 삼성, 화웨이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전용량 값은 땀 등으로 유전율이 변할 시 인식에 오류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지문인식과 더불어 생체인식 연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홍채인식 기술은 눈 중앙의 동공과 공막 사이에 존재하는 홍채 무늬 패턴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홍채인식은 우선 CCD 카메라, 비디오카메라 등 영상획득장치를 이용해 홍채 이미지를 추출하고, 추출한 이미지를 프로세싱 과정을 거쳐 특징점을 구분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홍채인식 기술은 현재까지 개발된 생체인증 기술 중 가장 변별력이 높다. 홍채는 266개 정도의 식별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어 40여 개의 식별특징을 가진 지문에 비해 훨씬 정확하고 보안성이 높다. 또한 홍채는 생체 특징 중 일관성이 가장 높다. 홍채는 생후 18개월에 걸쳐서 생성되는데, 눈썹과 눈꺼풀, 망막 등에 의해 보호돼 실생활에서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홍채인식은 인식률에서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새움 선임연구원은 “홍채인식과 얼굴인식은 인식 당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주변 빛의 색과 밝기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특징 추출 기술인 회선 신경망 기술(Convolution Neutral Network, CNN)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CNN은 이미지 인식과 고수준의 추출, 처리가 가능해 홍채인식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보안 취약한 신체인식. 행동인식으로 보완해

 기존의 지문, 홍채는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생체인증에 활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실리콘으로 지문복사 방법이 올라와있을 정도로 위·변조가 쉬워 보안성이 더 높은 행동적 특징을 이용한 인식기술 연구가 시작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보호연구본부 김수형 기술총괄은 “개인마다 걸음걸이, 스마트폰 터치 방법 등이 조금씩 다르다”며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바이오인식 중 생체신호를 이용하는 메디컬바이오인식기술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이다. 애플, 소니, 삼성 등 주요 대기업에서 개발 중인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는 생체신호 센서를 탑재해 스마트폰에서 연동돼 생체인식을 이용한 인증을 가능케 한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도 뇌파, 맥박, 심전도 등을 활용한 텔레바이오인식 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새움 선임연구원은 “행동학적 특징을 이용한 생체인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신체인식 기술보다 보안의 측면에서 더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행동학적 생체인식 중 가장 개발이 활발한 뇌전도는 대뇌의 활동 상태에 따라 변화하는 전기적 신호를 활용한다. 뇌전도는 인지, 감각, 운동기능 등 뇌의 활동을 부위에 따라 나타낼 수 있는 생체신호로 차량도난방지 등 차량 안전을 특히 향상시킬 수 있는 신호다. 운전자의 뇌전도 신호를 분석해 수면, 각성 상태를 분류해 음주·졸음운전을 방지할 수도 있다. 기계적 생체신호인 심탄도는 혈액의 박출 과정에서 심장의 운동과 대동맥에서 혈액의 운동이 가하는 힘을 센서로 측정한다. 심탄도는 향후 심전도와 함께 심장박동정보를 제공해 정보보호뿐 아니라 의학적인 활용도 가능하다. 파장을 활용하는 광학적 생체신호 중 광용적맥파는 신체 말단에서 혈관 용적이 변화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생체신호다. 광용적맥파를 이용한 기술은 원터치로 생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편리성과 심장박동만으로 빠르게 비교분석 가능해 시간적 편리성 또한 제공한다. 최근 쉽게 측정 가능한 특징을 이용해 웨어러블 기기에서 많이 사용 중이다.

 

신체정보에 행동학적 인식까지 더해져

 차세대 정보보호 기술로 여겨지는 행동학적 생체인식 기술은 연구·개발이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상용화되기엔 인식률의 측면에서 연구가 부족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이새움 선임연구원은 “행동학적 신체인식은 말 그대로 사람의 행동, 즉 감정이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며 “현재 연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신체인식 기술을 함께 활용하는 멀티팩터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멀티팩터는 현재 사용 중인 지문, 홍채 등 신체인식 기술과 뇌전도, 심탄도 등 최근 개발되는 행동학적 기술을 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김수형 기술총괄은 “기존의 생체인식 수단들이 완벽하지 않은 면이 있다면 행동학적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해 보완이 가능하다”며 “각 기술의 인식률과 보안률이 향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팩터 연구는 최근 보안 수준의 향상 외에도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모바일 시스템과 함께 연구되고 있다. 애플의 ‘Touch ID’와 심장박동 측정 기능이 스마트워치로 통합, 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 등 NFC 기반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서의 다중 생체기술 활용이 그 예다.

 생체인식 기술 개발은 효율적 보안, 대규모 데이터 인식 및 실시간 처리, 프라이버시 보호 등을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생체인식 기술은 2019년에 세계시장 규모가 약 61억 5000만 달러(약 6조 2800억 원)로 추정되는 만큼 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편리성과 보안성이 함께 생체인식 기술에 정착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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