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잠실구장이니까 타자들이 담장을 못 넘기네요!”, “이건 목동구장이라서 넘어갔다고 볼 수 있죠?” 프로야구 해설위원들의 말처럼 경기장의 크기는 야구의 공격과 수비, 투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기전 야구경기가 펼쳐질 잠실구장은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구장으로, 좌우 100m, 좌·우 중간 120m, 중월 125m의 거리에 펜스가 설치돼 있다. 구장이 넓다 보니 정기전에도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 그래픽 | 이혜원 기자 rsvls@

외야수, 빠른 발과 강한 어깨로 필드를 장악하라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에선 외야수의 수비 능력이 중요해진다. 외야가 넓은 구장에서 장타가 나오면 3루타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고, 주자들의 진루가 쉬워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불규칙한 타구를 수비해야 하는 내야수에게 높은 수준의 수비력이 요구되지만 잠실에서만큼은 외야수의 수비력도 중요하다. 고려대 야구부 홍의리(사범대 체 교15, 외야수)는 “정기전이 잠실구장에서 치러지는 만큼 출전할 외야수들의 수비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넓은 구장에선 외야수에게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요구된다. 안타가 될 타구도 잡아내고 칼 같은 송구로 주자를 한 베이스 묶어 둬야 해서다. 실제로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는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가진 민병헌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는 정기전에 선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동영(사범대 체교16, 외야수)을 비롯한 외야수들의 수비가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외야 수비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외야 수비의 중요성은 2015년 정기전에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김규남(사범대 체 교14, 외야수)은 1회에 중견수 자리에서 실책을 저질렀다. 이 실책으로 1루에 있던 상대 주자가 홈까지 파고들었다. 하지만 김 선수는 8회 말 슬라이딩 캐치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면서 고려대를 실점 위기에서 구해냈다.

타자, 날카로운 타구로 수비망을 뚫어라
한 주자가 4베이스를 돌아야 1점을 따내는 야구에서 홈런은 한 번에 많은 점수를 뽑아내는 강력한 한방이다. 일반적으로 뜬공형 타구가 홈런을 치기에 적합하지만, 넓은 구장에서는 홈런이 나올 확률이 적으므로 직선형 타구를 만들어 장타를 노리는 것이 현명하다. 실제로 잠실을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직선형 타구를 쳐내는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프로에 비해 아직 힘이 완성되지 않은 대학야구 타자들도 뜬공형 타구보다는 직선형 타구로 장타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정기전에서는 최근 3년간 단 한 개의 홈런이 나왔다. 멀리 띄워 보내는 타구보다는 외야를 빠르게 파고드는 타구가 더 유효하다는 의미다. 최근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에서 타율 0.444, OPS 1.212의 뜨거운 타격감을 보였던 이기범(사범대 체교12, 외야수)은 “홈런보다는 여러 번의 장타가 더 효과적”이라며 “비거리를 늘리기보다는 직선형의 빠른 타구로 쳐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 구속이 아닌 제구로 승부하라
잠실구장에서는 구속이 느리더라도 정확한 제구로 타자들을 맞춰 잡을 줄 아는 투수가 유리하다. 넓은 구장에서는 투구 속도가 느려도 홈런을 허용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 두산베어스 유희관 투수는 평균 127km의 느린 구속에도 뛰어난 제구력으로 잠실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유희관의 구속은 연세대 에이스 박윤철(연세대 체교15, 투수)의 평균구속 139km보다도 12km 낮다. 이번 정기전에 선발투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은 100구가 넘는 공을 던진 후에도 예리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임 선수는 지난 5월 9이닝 동안 4사구를 3개만 기록하며 완투한 바 있다. 정기전에서 구장의 넓이를 활용해 투구한다면 호투를 기대할 만하다.

송추구장의 감각을 되살려라
잠실야구장은 고려대의 홈구장이라고 할 만큼 고려대 선수들에게 익숙한 조건이다. 고려대 야구부의 훈련 장소인 송추구장의 수비환경이 잠실구장과 비슷해서다. 실제로 송추구장의 홈플레이트부터 펜스까지의 거리는 잠실구장과 똑같다. 이에 선수들이 더욱 쉽게 잠실구장 환경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훈련 장소인 의암구장이 잠실구장보다 작은 것과 대조된다.

하지만 송추구장의 내야가 인조잔디인 데 반해 잠실구장은 천연잔디로 돼 있어 내야 수비에는 차이가 있다. 고려대 야구부 김호근 감독대행은 “잠실구장에 적응하기 위해 경기 전날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기전에서 첫 단추를 꿸 야구 경기, 송추구장에서의 기억을 살린 채 잠실에서 멋진 기량을 뽐낼 선수들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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